경제·금융 금융가

일임형 ISA 허용됐지만… 시중은행들 '한숨만'

시스템·조직 구성 등 '발등에 불'

파생전문자격증 보유 직원 드물고 예·적금 신탁수수료율도 못정해

일부은행은 아예 참여 안할수도

은행 "일손·준비기간 턱없이 부족… 빨라야 4월초에나 판매 가능할 듯"


"다음달 안에라도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임형 ISA 판매가 허용된 것과 관련해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행의 일임형 ISA 판매 허용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손봐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닌 탓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에 따라 은행권 상품 판매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은행에 일임형 ISA 판매를 허용한 것과 관련해 은행들이 허둥대고 있다. 금융위가 다음달 중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부여할 예정이지만 이때까지 일임형 ISA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마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ISA는 1인당 계좌 하나씩만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시장 장악이 중요하지만 은행의 일임형 ISA는 일러도 3월 말이나 4월 초에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금융위의 일임형 ISA 판매 허용 당시 환영 입장을 표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일임형 ISA 판매를 위해 투자 일임업 계정을 별도로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은행계정이나 신탁계정에 포함 시킬지조차 아직 정해놓지 않았다"며 "투자 일임업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는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조직 구성과 인력 확보 때문에 일임형 ISA 출시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은행 시스템 안에 증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일임형 ISA를 판매하려면 파생전문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시중은행의 경우 지점당 직원 한두 명 정도가 해당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인력 감축 등으로 일손이 모자란 상황에서 학습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선 지점 직원들의 반응이다.

은행들은 또 ISA에 들어가는 예·적금에 대한 신탁수수료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적금 신탁수수료가 고객 이익보다 자칫 많아질 경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은 탓에 타행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예·적금 신탁수수료율이 0.1%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ISA와 관련한 구축 비용과 인력 확보 등의 문제로 ISA 상품 판매 자체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은행도 나오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ISA 도입을 아직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시스템 구축과 사전 예약 등으로 ISA 관련 마케팅에 공을 들인 것을 감안하면 진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시중은행 전략담당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달리 대출 중개인을 통한 영업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ISA를 판매할 유인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씨티은행은 퇴직연금신탁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규 신탁 전산 개발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까지 감안하면 진출 가능성이 더욱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일임형 ISA의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발을 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기획담당자는 "은행들 또한 ISA가 큰돈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1인당 한 계좌만 만들 수 있다는 상품의 특성 때문에 충성 고객 확보라는 측면에서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예대마진에 묶여 있던 은행의 수익 창구 외연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ISA 관련 고객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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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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