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위대한 체온


위대한 체온-이덕규 作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위에 돌멩이 하나가

얼음 속을 파고들고 있다

뜨거운 입술로

혓바닥으로

벌거벗은 돌멩이

온몸으로 너에게 푹 빠져

촉촉이 젖은 돌멩이

조금 드러난 등짝으로

지는 저녁 햇빛도 받아

돌멩이, 숨도 안 쉬고

그 두꺼운 동토의 처녀막을

맹렬히 뚫고 있다


차가운 돌멩이가 더 차가운 얼음을 껴안고 겨우내 붙어 있다. 불같은 연애는 자주 보았지만 저렇게 뼈가 시린 연애는 낯설다. 미끄럼 타던 아이들 발끝으로 차도 요지부동이다. 사실 저 두텁고 완강한 물의 껍질은 지난여름 연잎을 만나고 오는 바람에도 명주처럼 찰랑거리지 않았던가? 누가 물의 마음을 잠갔는가? 물고기는 뛰어오를 하늘이 없고, 물오리는 헤엄칠 물이 없다. 모두가 단념했을 때 차가운 돌멩이가 더 차가운 얼음을 껴안고 있다. 결국 물은 가슴을 열고, 돌멩이는 물의 심장에 닿을 것이다. 봄이 오는 이치는 저렇다. 사람의 일도 그러하리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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