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벤츠에 한국 소비자는 언제까지 '봉'인가


지난 1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나치게 비싸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던 부품 및 각종 액세서리 제품 가격을 최대 36% 내리겠다는 내용(본지 1월23일자 9면 참조)이었다. 드미트리 실라키스 사장이 부임한 후 한국 시장과 한국 고객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과 스킨십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벤츠코리아가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힌 지 한 달여가 흐른 16일, 실제로 액세서리 가격을 조회해보니 벤츠코리아가 밝힌 것과 달리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차이는 없었다. 특히 대부분의 제품을 여전히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최대 30% 이상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벤츠코리아가 판매 중인 클래식 비즈니스백은 국내에서는 58만5,000원, 미국에서는 410달러(49만5,000원)였다. 국내가 미국보다 18% 더 높았다. 비즈니스 선글라스는 한국이 43만원, 미국이 285달러(34만원)으로 26.4% 더 비쌌다. 남성 AMG 지갑은 24만6,000원으로 미국(165달러·20만원)보다 23% 웃돈을 줘야 구입할 수 있다. 벤츠코리아가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히지 않은 품목인 시계류의 가격 차는 더욱 크다. 비즈니스 한정판 오토매틱 시계는 국내가 190만원, 미국이 950달러(115만원)으로 75만원(65%) 더 비쌌고 남자용 클래식 크로크다일 가죽 시계는 한국이 미국보다 20만원 더 줘야 살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벤츠코리아가 연초 들려준 기쁜 소식이 오히려 생색내기였다는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 본지의 지적(본지 2015년 12월23일자 14면 참조) 이후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슬쩍 시늉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라키스 사장은 지난달 20일 벤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것은 판매량이 아닌 고객 만족이며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벤츠코리아가 국내 고객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면 공염불이라는 생각이 든다.

벤츠코리아가 한국 고객을 홀대하는 이유는 자신감 때문이다. 대당 평균 2억원에 육박하는 고가에도 월 4,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은 한국에서의 고가 마케팅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수입차 단일브랜드 사상 최초로 지난해 매출 3조원에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업무 계획을 통해 소비자 행복 드림 시스템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고가품 선호현상으로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높게 책정된 품목의 국내외 가격 차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과거와 위상이 달라진 수입차 업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한국 소비자들을 홀대하고 있다면 정부의 따끔한 충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산업부=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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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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