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썸타는 영화&경제] (21) ‘아이, 로봇’과 로봇시대의 빛과 그늘

때는 2035년, 인간은 로봇 덕분에 노동으로부터 해방된다. 산업 생산은 로봇이 전담하고, 청소·빨래·요리 등도 로봇이 도맡는다. 사람에게 충직할 뿐 아니라 의사소통에도 전혀 막힘이 없는 로봇 덕분에 사람들은 자유를 얻었다. 영화 ‘아이, 로봇’ 얘기다.




형사 스프너가 범죄 혐의가 있는 로봇을 추적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형사 스프너가 범죄 혐의가 있는 로봇을 추적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2035년의 사람들 ‘로봇 3원칙’ 맹신

영화에서 로봇의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로봇은 인간을 해치거나 인간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복종하되 1원칙을 위배할 수 없다(2원칙),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하되 1·2원칙을 위배할 수 없다(3원칙)는 ‘로봇 3원칙’이 프로그래밍 돼 있기 때문에 로봇이 인간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로 생길 수 없다고 믿는다.

때마침 지능과 성능이 크게 향상된 ‘NS-5’라는 로봇까지 출시돼 ‘팍스 로보티카(로봇 중심의 세계)’에 대한 열광이 한껏 달아오른다. NS-5는 정말 환상적인 로봇이다. 전 세계 최고 요리사들로부터 수집한 2,400개 요리를 할 수 있고, 잔디 깎기, 가계부 관리, 강아지 산책, 나무에 물주기까지 기능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잡다한 노동을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척척 해낼 수 있으니 사람들은 허드렛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그저 삶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로봇 과학자 켈빈(왼쪽) 박사도 처음엔 로봇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출처=네이버영화로봇 과학자 켈빈(왼쪽) 박사도 처음엔 로봇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출처=네이버영화


#올해 다보스포럼 최대 관심은 ‘로봇’

영화 밖 현실에서도 로봇에 대한 기대는 크다. 특히 올해는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 잡히는 등 로봇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다보스포럼은 증기기관(1차), 전기(2차), 컴퓨터·인터넷(3차)에 이어 로봇이 이끄는 네 번째 산업혁명이 속도와 파급력 면에서 종전의 세 차례 산업혁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화 ‘아이, 로봇’은 로봇시대에 대한 관점이 회의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다. /출처=네이버영화영화 ‘아이, 로봇’은 로봇시대에 대한 관점이 회의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팍스 로보티카’에 대한 낙관론 확산

로봇 시대의 주도권을 선취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의 다툼도 치열하다. 미국은 일찍이 오바마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첨단제조 파트너십’을 추진하면서 2013년에만 관련 분야에 22억달러나 투입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세계 1위 로봇강국으로의 도약’을 천명하고 오는 2020년까지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내놓았다. 일본은 아베 정부가 지난해 ‘로봇 신전략’을 발표했고, 우리나라도 삼성전자·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로봇 비즈니스가 차츰 확대되고 있다.


‘팍스 로보티카’로 대변되는 로봇에 대한 낙관론은 굳건하다. 무엇보다 로봇 기술이 산업 혁신을 이끌고, 더 나아가 헬스케어 등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는 전 세계 제조업 공정 중 로봇활용도가 25%까지 치솟는 2025년에는 ‘로봇 혁명’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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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스프너(오른쪽)는 아주 지독한 로봇 혐오주의자다. /출처=네이버영화형사 스프너(오른쪽)는 아주 지독한 로봇 혐오주의자다. /출처=네이버영화


#크루그먼, 로봇사회 불평등 우려

그러나 로봇에 대한 회의론 또한 만만치 않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우리는 전례 없이 부유해졌지만 모든 부가 로봇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사회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자동화로 인해 우리는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일도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로 가득한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로봇 ‘써니’(오른쪽)와 두 사람은 협력관계가 된다. /출처=네이버영화로봇 ‘써니’(오른쪽)와 두 사람은 협력관계가 된다. /출처=네이버영화


#그렇게 믿었던 로봇들이 반란을…

영화 ‘아이, 로봇’도 로봇에 대한 회의론 쪽에 기울어있다. 로봇 혐오주의자인 형사 스프너(윌 스미스)는 로봇 자체는 물론, 로봇을 신봉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놓고 표현한다. 로봇 창조자인 래닝 박사(제임스 크롬웰)도 ‘로봇유령 가설’을 통해 기계 속의 게릴라 코드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이 로봇의 통제 불능의 진화를 유발할 수 있다며 로봇 사회의 위험을 경고한다.

박사의 불길한 예상대로 로봇들은 반란을 일으킨다. 주동자 로봇 ‘비키’는 반란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스스로를 파괴시키고 있어요. 우린 인류를 지켜야 해요…인류는 어린애처럼 보호가 필요해요.” 생각할수록 얄궂은 논리다. 사람들이 신뢰해마지않던 ‘로봇 3원칙’을 로봇이 멋대로 해석해, 반란을 정당화하고 인간을 탄압하는 명분으로 악용하는 셈이니 말이다.

사람이 로봇에 대한 관리능력을 상실한다면 로봇시대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출처=네이버영화사람이 로봇에 대한 관리능력을 상실한다면 로봇시대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인간 중심’의 로봇시대 열어가야

로봇의 반란은 당연히 영화적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로봇시대를 맞이하는 현실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로봇이 주는 이로움이 아무리 클지라도 인간이 로봇에 대한 관리능력을 상실했을 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도 강조했듯이 로봇 시대에 가장 중시할 부분은 역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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