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계기업 해결사 나선 이동걸 産銀회장 어깨 무겁다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18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대화를 하겠지만 느슨하게 시간을 끌어서 실기(失機)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일주일 전 취임식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자구노력이 없는 기업과 한계기업에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겠다는 게 취임 일성이다.

부실기업 관리·지원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부실기업 정리를 해내겠다니 기대가 크다.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위기국면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구조개혁 지휘부로서 산은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관이 주도해 민간기업에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간섭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실을 보더라도 산은을 빼놓고는 기업 구조개혁을 말하기 힘들다. 15% 이상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자회사가 128곳에 달한다. 5%로 확대하면 377개사다. 업종도 제철·조선·자동차·항공 등 우리 제조업 핵심이 다 포함돼 있다. 산은이 구조조정을 중심에서 끌고 가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만큼 사령탑인 이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의 소통도 필요하지만 눈치를 보며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구조조정의 원칙을 확실히 세운 뒤 환부를 신속, 정확히 도려내야 성공할 수 있다. 대우조선처럼 관리 중인 기업을 인사배출구 정도로 여겨 부실을 키우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회장의 말처럼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를 푼다'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해주기 바란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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