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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희곡·소설·비평·철학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독일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저자가 84세 때인 2012년 독일에서 출간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제목을 보면 18세기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감옥(소수의 감시자로 다수의 수감자를 모두 감시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저자는 1935년 독일의 극작가 카를 발렌틴이 열었던 공포체험관의 이름에서 착안했음을 일러둔다.
기이한 고문기구 등 깜짝 놀랄만한 당대의 발명품·사건들을 보여주며 관람객을 유혹했던 공포체험관 '판옵티콘'처럼 책 속에 자본의 위선과 권력의 어리석음으로 비틀린 우리 사회의 기괴한 풍경들을 전시해 뒀다는 뜻이다. '궁금하다면 책을 펼치고 입장하시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담대한 초대장인 셈이다.
책에는 저자가 '10분 에세이'라고 명명한 짧은 글 스무 편이 담겼다. 신고전주의 경제학, 국가·민족주의의 배타성, 문화산업의 과잉, 과학과 종교의 대립 등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원칙과 상식이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