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고전하는 위성전화 회사의 대주주다-가 독학으로 실력을 쌓은 무선데이터 전문가와 협력하고, 자사의 무선 주파수 스펙트럼 일부를 전환해 유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수립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수십억 달러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은 이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월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매도자들도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BY STEPHEN GANDEL존 둘리 John Dooley는 항상 기기 하나를 들고 다닌다. 버몬트 주의 시골길을 갈 때도, 모하비 Mojave 사막이나 캘리포니아 주 북부로 산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둘리는 이 기기를 뉴욕 타임스스퀘어 Times Square, 보스턴 시내, 워싱턴 D.C., 덴버 등 미국 주요 도시 거의 전부에서 가동시켜 보았다.
스펙트럼 분석기(spectrum analyzer)라 불리는 약 4만 달러짜리 기기가 바로 그것. 1년 만에 대학을 중퇴한 후 컨설턴트로 일해온 둘리는 자칭 ‘전문가’다. 그는 몇 년째 무선 데이터 트래픽을 측정하고 기록해왔다. 무선데이터 트래픽이란 스마트폰, 노트북 같은 기기와 기지국, 라우터 등을 접속하는 수십억 회의 송신 등 인터넷 연결을 말한다.
아이폰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 둘리가 그 근방에 있다면 이를 감지한 스펙트럼 분석기에 불이 들어온다. 여러 명이 동시에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사진을 올리거나, 넷플릭스 Netflix 동영상을 재생하는 등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분석기에 빨간 불이 켜진다. 그는 감지 된 신호를 바탕으로 전자파 스펙트럼-라디오 신호에서 엑스레이까지 다양한 주파수가 포함된다-의 어느 부분이 과다사용으로 손상됐는지 추적을 한다. 둘리는 자신을 ‘21세기 판 토지 측량사’라고 묘사하고 있다.
둘리는 스펙트럼 분석 결과 와이파이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이 인터넷 연결방식이 빠르게 과부하 상태에 빠지고 있으며, 이런 증가세 때문에 곧 네트워크가 압도 될 것이고 설명했다.
현대인이 ‘디지털 홍수’ 속에 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는 이미 지구상에 70억 개 이상 존재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혁명-인터넷에 연결된 센서로 점검되는 냉장고를 상상해보라-은 향후 몇 년 간 와이파이로 연결된 기기 수십억 개가 추가로 생겨난다는 걸 의미한다. 네트워크 전문기업 시스코에 따르면, 와이파이를 통한 데이터 전송량은 앞으로 4년 간 세 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둘리는 인터넷 기기들이 보내는 신호들끼리 서로 충돌하면서 성능이 저하되기 시작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가 아는 와이파이는 곧 사라질 것”이라며 “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맞게 되는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38세인 둘리는 자신이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와이파이를 ‘구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뿐만 아니라, 보청기 제조기업에서 일부 강경한 헤지펀드 매니저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그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몇 년 전 둘리는 글로벌스타 Globalstar의 대주주이자 CEO인 억만장자 제이 먼로 Jay Monroe(60)와 손을 잡았다. 상장기업인 글로벌스타는 실적 부진으로 휘청거리는 위성전화 사업자다. 이 기업은 1990년대 당시 성장하던 자사 위성전화 사업에 상당량의 주파수 대역을 할당 받았다. 그러나 이후 위성 전화 사업은 성장을 멈췄고, 와이파이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은 와이파이 용량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스타에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해왔다.
둘리의 제안으로 시작된 글로벌스타의 계획은 자사의 위성 주파수 대역 일부를 개인 와이파이 채널로 전환하고, 접속을 유료화하는 것이었다. ‘지상파 소출력 서비스(terrestriallow-power service)’를 의미하는, TLP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서비스다. 먼로는 결제 시스템 구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글로벌스타가 통신사 버라이즌 Verizon이나 미디어기업 컴캐스트 Comcast 같은 대형 기술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이들 기업의 기존 고객에 독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점은 언급했다. 호텔이나 공항같은 곳들은 종종 로컬 네트워크 이용료를 부과하긴 하지만, 기존 와이파이 스펙트럼은 엄밀히 따지면 무료다. 이에 대해 먼로는 “글로벌 스타의 신규 와이파이 네트워크는 기존 서비스보다 속도가 빠르고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해킹의 시대에는 고객 유치를 위해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공공 와이파이와 달리 우리 네트워크는 접속자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스펙트럼 전환 계획이 성공할 경우, 글로벌스타 지분을 63% 소유한 먼로는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된다. 실제로 그 가능성만으로도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2013년 글로벌스타의 계획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초기 검토 단계를 통과하자, 기업 주가가 주당 30센트 이하에서 4달러 50센트까지 급등했다. 현재 주가는 2달러에 머물고 있으며 시장 가치는 25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스타에 대해 매수 추천 의견을 제시한 오데온 캐피털 Odeon Capital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번스타인 Jason Bernstein은 “글로벌스타가 보유한 스펙트럼이 와이파이로 전환될 경우, 그 가치가 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CC는 글로벌스타의 신청 건에 대한 결정을 언제 내릴지 언급을 거부했지만, 먼로는 이를 올해 초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와이파이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글로벌스타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비판하며, 이 회사의 계획이 스펙트럼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4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케리스데일 캐피털 Kerrisdale Capital의 창업자 삼 애드랑기 Sahm Adrangi (34)는 글로벌스타의 계획에 가장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인물이다. 작년 그는 빌 애크먼 Bill Ackman *역주: 거물 행동주의 투자자로, 2012년 허벌라이프를 ’피라미드 사기회사‘로 규정하며 주식을 대대적으로 공매도했다 이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스타 주식을 공매도한다고 밝히며, 이 기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66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애드랑기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웹사이트(FactsAboutGlobalstar.com)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FCC에 글로벌스타의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스타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44억 달러로 추정한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며, 실제 가치는 ‘제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애드랑기는 “글로벌스타의 와이파이 전환은 전혀 가치가 없는 계획이며, 회사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와이파이 업계의 반발로 인한 계획 지연이다. 지난 2년 간 FCC는 글로벌스타의 신청 건과 관련해 200개 이상의 서신을 받았다. 이 중 대다수는 승인 거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편 구글 등 일부 업체는 주파수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스타를 비판하는 대다수-마이크로소프트, 스프린트 S등 기업들과 ABC, CBS와 같은 방송사들 및 와이파이·블루투스 기기 제조업체들-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따로 있다. 글로벌스타의 주파수 대역을 와이파이 용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다른 신호들과의 대규모 간섭 사태다. 와이파이를 구하겠다는 둘리의 계획이 오히려 그가 경고했던 와이파이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글로벌스타 본사는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커빙턴 Covington 소재 상자 모양의 3층 건물이다. 24마일 *역주: 약 38.6Km에 달하는 폰차트레인 호교(Lake Pontchartrain Causeway)를 지나는 길에 본사가 있다. 힐튼 가든 인 Hilton Garden Inn과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으며, 건물 세 개를 지나면 드라이브 스루 술집에도 갈 수 있다.
글로벌스타의 역사는 1990년대 초 위성전화와 같은 저궤도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퀄컴 Qualcomm과 로랄 Loral이 만든 합작회사로부터 시작됐다. 1995년 FCC는 글로벌스타에 주파수 대역을 할당했고, 2000년 초에는 위성 48개가 궤도상에서 가동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위성전화 사업은 금세 쇠퇴했고, 글로벌스타는 2002년 파산을 신청했다. 바로 이 때가 통신기술 사업으로 투자처를 확장하려던 억만장자 먼로가 글로벌스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2004년 자신의 투자사 서모 캐피털 파트너스 Thermo Capital Partners를 통해 글로벌스타의 지배지분을 인수한 그는 그때부터 파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회사를 이끌었다.
먼로가 기업을 인수하고 몇 년이 지나자 글로벌스타의 위성 일부가 하늘로부터 내려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먼로의 예상보다는 빨랐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스타는 적자 누적으로 위성전화 서비스를 중단할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기업 주가도 17달러에서 1달러 미만으로 폭락했다. 먼로는 파산을 면하기 위해 이 회사 지분 81%를 매입하는 데 사용한 4,300만 달러 외에 6억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입해 위성 네트워크를 복구해야 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와이파이 사업에 진출하려는 글로벌스타의 노력을 사무실 내부에선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먼로는 둘리를 포함한 외부 컨설턴트에 와이파이 부문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스타의 최고 인기 제품은 등산객 등이 주로 사용하는, 비상통화 기능을 탑재한 149달러짜리 스폿 Spot GPS 기기다. 회사는 위성전화 외에도 화물 추적용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업체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스 Iridium Communications와 비교하면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2015년 1~9월 글로벌스타의 매출은 6,800만 달러로, 파생매출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제외하면 8,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먼로는 규제완화로 공익사업이 혼돈기를 맞고 있던 1980년대에 고향인 콜로라도 주 발전소를 매입하면서 자금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덴버 시내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방치된 상태였던 유니온 퍼시픽 Union Pacific의 역사적인 화물 집하장이 대표적이었다. 이곳은 지금은 쿠어스 필드 Coors Field 야구 경기장 옆 외식·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다. 그리고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초과공급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광섬유 네트워크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먼로는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때 글로벌스타도 사들였다. 2014년에 나온 블룸버그의 추정에 따르면, 먼로의 순 자산은 32억 달러에 이른다. 그는 “현재 덴버와 글로벌스타 본사 1층에 있는 검소한 사무실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스타는 현재 장부상먼로의 투자기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먼로의 지분은 투자금액을 제외하고도 6억 달러 이상이다(급여는 받지 않는다). 그는 글로벌스타에 투자한 것과 부동산, 발전소 매입이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했다. 같은 “자산 투자”라고 설명했다. 먼로는 위성전화 사업 운영은 유지하면서도, 글로벌스타의 투자 매력은 처음부터 주파수 스펙트럼 대역이었다고 인정했다. 유한하면서 가치가 꾸준히 오르는 자산이라는 게 그 이유다.
‘스펙트럼’은 무선 송신을 전달하는 모든 종류의 파장-단파 무전기에서 장파 위성신호까지-을 일컫는 용어다. 미국의 경우, FCC가 각 스펙트럼 대역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결정을 하고 있다. 이 과정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진 별로 복잡하지 않고 수익성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무전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는 작업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2015년 초 FCC는 스펙트럼 경매를 통해 총 44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 중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가 사용한 금액만 각각 100억 달러 이상이었다.
기존 와이파이가 사용하는 주파수는 2.4GHz(기가헤르츠) 대역에 집중돼 있다(무선 파장 길이의 측정 단위는 MGz(메가헤르츠)나 GHz이며, 2.4GHz는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다). 1980년대 FCC는 이 주파수 대역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전자레인지와 동일한 대역이며, 당시에는 쓸모 없다고 인식됐다. 그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발명가들은 실험을 진행할 때 2.4GHz 대역을 사용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와이파이가 개발될 수 있었다.
와이파이 수요가 증가하면서 용량 확장에 대한 논쟁도 빈번해졌다. 먼로는 자신의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구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그는 때때로 “FCC는 와이파이가 정체됐다고 보고 있다”는 미심쩍은 발언을 했다. 그는 “과부하 문제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와이파이 스펙트럼 문제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유대인 대학살(Holocaust)이 일어난 사실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먼로의 과장된 표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 공감대는 전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캠퍼스(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법학전문대학원의 실리콘 플랫아이론스 센터 Silicon Flatirons Center에서 겸임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스펙트럼 전문가 피에르 드 브리스 Pierre de Vries는 2014년 보고서를 통해 ’와이파이 과부하 문제가 대부분 과장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장소에 따라 때때로 가능한 용량을 초과해 많은 사람들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와이파이 시스템의 구성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3년 초가 되자 줄리어스 제너카우스키 Julius Genachowski FCC 의장이 와이파이의 용량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FCC는 더 많은 주파수 스펙트럼에 와이파이 사용을 허가했다. 이번에는 5GHz 대역이었다. 일각에선 새 스펙트럼 활용으로 와이파이 과부하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했다.
먼로와 둘리의 경고를 신뢰하는 이들도 있다. FCC 수석 기술공학자 출신인 카네기 멜런 Carnegie Mellon 대학교 존 페하 Jon Peha 교수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긴 하지만 과부하 위험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물인터넷이 지금은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스마트폰처럼 계속 정교해지고 더 많은 대역폭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펙트럼 할당량을 늘려 왔지만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둘리는 벤처캐피털 펀드-무선 기술 투자를 목적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에 투자 요청을 하기 위해 먼로를 처음 접촉했다. 먼로는 둘리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후 두 사람은 다른 논의를 시작했다. 둘리는 스펙트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활용, 위성 전송을 위해 할당된 글로벌스타의 주파수 스펙트럼이 원래는 와이파이 사용에 지정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먼로는 자사의 주파수 용도를 변환하기 위해 둘리를 고용했다.
둘리는 이제 글로벌스타의 스펙트럼이 와이파이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와 연결만 하면 되는데, 바로 이 부분이 TLPS의 역할이다. 회사는 자사 고객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의 와이파이 속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로는 “일부 고객이 글로벌스타의 유료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무료 와이파이 구간의 과부하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스타는 계획대로라면 속도의 척도인 ‘처리량 시간’이 40%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스타의 계획을 비판하는 이들은 와이파이 용량을 추가하면서 발생할 혜택보다 새롭게 불거질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인접 채널 간섭(adjacent channel interference)’ 문제다. 대다수 와이파이 기기에 달린 안테나는 상당히 작고 가격이 저렴하다.
따라서 전송 신호가 원래 채널의 주변부까지 번지는 경향이 있다. 현재 와이파이 간섭 문제의 주요인은 공간 부족이라기보단 이 문제-다른 브랜드나 채널에서 보낸 신호들이 서로 부딪히는 현상-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채널을 추가하면 이 문제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스타가 제안한 채널은 블루투스용 주파수 대역 등 이미 사용도가 높은 다른 2.4GHz 대역과 극도로 근접해 있다. 글로벌스타는 채널 간 근접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부인하며, TLPS 시험 결과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글로벌스타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FCC 본사에서 TLPS 시험을 시행했다. 자사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직접 시험에 사용할 장비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오히려 비판가들에게 논란 거리를 제공하는 결과만 낳았다. 케이블 연구를 관장하는 케이블랩스 CableLabs가 TLPS를 켜자 간섭 현상이 증가했다고 밝힌 것이었다. 이에 대해 글로벌스타는 케이블랩스가 회의실 책상 하나에 라우터를 5개나 올려놓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블루투스 기기를 대변하는 단체 블루투스 SIG를 이끄는 마크 파월 Mark Powell도 글로벌스타의 시험 결과가 낙관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교묘한 속임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글로벌스타의 TLPS는 파괴적인 방식으로 블루투스 기기를 간섭한다”고 비판했다.
글로벌스타에 대한 공격의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FCC에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스타의 계획에 대한 분석 결과, 와이파이 사용자의 경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정책 책임자 폴 미첼 Paul Mitchell도 “FCC가 특정 기업에 와이파이 독점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와이파이라는 개념은 공유를 기반으로 하며, 이것이 바로 엄청난 수준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구글의 주장은 공공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구글은 새로운 와이파이 대역이 글로벌스타 고객이라는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제공될 것이라며, FCC가 기존 와이파이처럼 이 채널도 누구나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와이파이 과부하 문제가 존재한다면, 민간 채널을 하나 추가한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먼로는 반대 주장이 새로운 경쟁자를 차단하기 위한 기득권층의 반발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들이 반발한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의 계획이 그만큼 가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먼로는 구글이 기술적인 부분을 지적하지 않은 것이 자신의 기술이 옳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또 TLPS 제공을 위해 글로벌스타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자 하는 다수의 기업들과 접촉했다고 언급하면서도 기업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글로벌스타는 시카고에 있는 한 대학 캠퍼스에서 여름내 진행했던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FC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글로벌스타는 이 대학 기존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TLPS를 추가해 네트워크 용량이 90% 증가했으며, 간섭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시험 방식에 결함이 있다고 다시 한 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스타가 사용한 와이파이 접근 형식은 흔한 와이파이 시스템보다 비용이 높고, 간섭을 막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진정으로 밀집된 환경에서 시험하고 싶었다면 방학 기간인 8월 중순에 학생 센터에서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공매도 전문가 애드랑기는 TLPS가 제대로 작동할지, 아니면 지나친 간섭이 발생할지에 대한 의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글로벌스타의 계획이 승인된다 해도 여전히 문제라고 주장했다. 필요성이 낮아져 실제 서비스 사용자가 적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새롭게 제공되기 시작한 5GHz 대역에는 채널이 22개 있으며 전부 무료다. 2.4GHz 대역보다 속도도 빠르다. 애드랑기는 “더 느린 와이파이를 돈 주고 쓸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을 했다.
애드랑기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글로벌스타를 20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평가한다는 지적에 “가치가 전혀 없음에도 고평가된 기업들이 많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글로벌스타 주식 공매도로 이미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와이파이 전환 계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엔 글로벌스타의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 이후 글로벌스타는 이미 여러 차례 파산에 가까운 위기까지 몰렸지만, 그 때마다 먼로가 자금을 추가 투입해 살아남았다. 그러나 매수 추천 의견을 낸 번스타인조차 2016년 말이면 글로벌스타의 기존 자금이 거의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먼로가 또 다시 자금을 수혈할 수도 있다.
FCC가 글로벌스타의 계획을 승인해 상용화 된다면 회사는 둘리에게 의존할 것이다. 둘리는 여전히 계약직이고, 그에게 제공될 보상조건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둘리는 애널리스트들을 직접 상대할 만큼 글로벌스타의 최고 와이파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둘리의 적격성은 측정하기 어렵다. 우스터 폴리테크닉 대학교 Worcester Polytechnic Institute를 1년 만에 중퇴하고, 벤처 사업을 시작한 그는 지난 20년 간 무선 기술을 개발하고 해당 분야에 투자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10대 시절이던 1995년 첫 특허를 받은 뒤, 지난해 10월 두 번째 특허도 취득했다. 그는 출원한 특허가 여러 개 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둘리는 나노톤 Nanoton이라는 기업도 설립했다. 현재 초기기업(early-stage company)인 나노톤은 무선 안테나를 개선하기 위해 나노기술을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둘리가 처음 먼로를 접촉했을 때 추진했던 벤처 펀드는 무산됐다. 하지만 그가 헤지펀드 투자자들과 함께 설립한 기업은 지난해 초 FCC 경매에서 3억 9,800만 달러 규모의 스펙트럼을 매입했다. 물론 거기에는 글로벌스타도 들어가 있었다.
둘리의 공식 경력이 미미하다고 해서 그의 경고를 무시하거나 TLPS가 글로벌스타에 수익을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와이파이 전문가이자 업계 최고 수준의 승인 프로그램을 공동 창업한 데빈 에이킨 Devin Akin도 2.4GHz 대역 과부하 문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는 장기적인 해결책은 5GHz 대역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2.4GHz 대역이 비용이 낮으면서 더 나은 구간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에이킨은 와이파이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지 않는 한, 고객들이 기존 사용해왔던 상품의 대역을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글로벌스타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킨은 “와이파이를 구할 것이라는 글로벌스타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것”이라면서도 “몇 년 간 수익을 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리가 자신의 기기에 투자한 세월들이 마침내 보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