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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했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우리 당의 정강정책에 위배되는 게 전혀 없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렸습니다."(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대구 시민들의 '대구·경북(TK) 물갈이'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TK가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대통령께서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들어줘야 합니다."(이재만 전 동구청장)
새누리당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TK 지역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면접에서 현역 의원과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박심(朴心)을 등에 업은 예비후보와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현역 간의 승부가 본격화면서 TK 지역 전체가 '물갈이 공포'로 요동치는 모습이다.
오전10시부터 시작된 이날 면접장에는 정치권과 일반 유권자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평소보다 3배가량이나 많은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TK 물갈이설'을 촉발한 핵심 당사자인 유 전 원내대표와 진박 후보인 이 전 청장에 대한 면접은 예정 시간(15분)을 훌쩍 넘겨 무려 40분 동안 이어졌다.
면접 직전 대기실에 도착한 유 전 원내대표는 이 전 청장과 가벼운 악수로 인사만 나눈 뒤 굳게 다문 입을 좀처럼 열지 않으며 날카로운 긴장감을 조성했다.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유 전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소신을 밝혔던 원내대표 당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관련한 질문에 "(정강정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확인했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반면 이 전 청장은 "(지난 2006년) 나는 박근혜 당시 대표에게 받았던 사람이다. 대통령이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그게 국가발전이고 국민이 행복한 것"이라고 현역인 상대 후보를 겨냥했다.
대구 동구갑에서 류성걸 의원과 경쟁하는 또 다른 '진박' 정종섭 전 장관도 이날 면접 후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있지 않느냐. 20대 국회는 개혁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역시 "국민으로부터 분노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그대로 공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물갈이 시스템에 한계가 있지만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거나 부적격자 심사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라고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을 재확인했다.
TK 중에서도 대구는 다른 곳과 달리 절반의 지역구가 '현역 대 진박'의 구도로 형성돼 있다. 대구가 여권의 정치적 텃밭이라는 점 외에도 상당수의 지역구에 친(親) 유승민계 의원들이 깃발을 꽂고 있어 친박계로서는 물갈이의 1순위 타깃이 TK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날 면접에서 권은희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 도움이 안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을 받고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 이 위원장이 현역 컷오프와 우선추천제를 배합해 대거 물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날 후보들은 '유령당원' 문제와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