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中 장단에 춤추는 사드, 한국 외교는 어디 갔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의 정당한 국가이익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종전의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수위를 놓고 담판을 벌인 3박4일간의 방미 일정 마지막으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다. 왕 부장은 방미 첫날인 지난 23일에도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번 방미의 제1 목적이 미국의 배치 방침 철회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사드에 관한 미국 정부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같은 날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간 사드 배치를 협의했다고 해서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 핵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북제재와 압박 수단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미동맹과 한국 내 자국민 보호를 거론하면서 사드 배치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연일 강조하던 기존 입장과 사뭇 다른 변화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사드 배치를 매개로 거래를 했다는 '설(說)'은 이미 워싱턴 정가에 공공연하게 나도는 실정이다. 이날 안보리 회원국에 회람된 대북제재안에도 이 같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상당수 있다. 앞서 대북 강경 제재에 미온적이던 중국 측이 줄기차게 반대하던 석탄·철광석·희토류 등 모든 북한 광물의 수입제한과 북한의 수출입 화물에 대한 전수(全數) 검색, 항공유와 로켓연료 공급 금지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음이 비근한 예다. 결국 미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철회하고 중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보다 강경한 대북제재에 동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한국만 국제정치와 외교무대에서 우스운 꼴을 면치 못하게 됐다. 국내의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스스로 이 방침을 철회할 경우 입게 될 한국 외교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현 정부가 주장해온 북한 도발에 대한 '피해 당사국'이라는 주된 논거부터 무너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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