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는 해운사에 대한 LTV 적용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해양보증보험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8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선박 공급 과잉과 물동량 성장세 둔화로 운임이 끝없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덩달아 선박 가치도 추락하고 있다.
특히 운임 하락 폭이 큰 벌크선의 경우 발틱운임지수(BDI)가 이달 중순 300선이 무너지며 지난 2013년(평균 1,206)의 4분의1 토막까지 떨어졌다. 운임 하락은 선박 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9만3,000 DWT(재화중량톤)급 파나막스 선박(신조선)의 경우 2008년 척당 5,700만달러에 거래되다 올 들어 3,400만달러로 40% 정도 급락했다. 7만7,000DWT급의 경우 같은 기간 5,500만달러에서 현재 2,575만 달러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장에서는 선령 20년이 안 된 아직 쓸만한 배들까지 속속 해체돼 고철로 팔려나가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뱃값 하락이 해운사에 또 다른 유동성 리스크(위험)가 된다는 점이다.
해운사들은 선박금융 등을 통해 빚을 지고 배를 들여와 영업하면서 이자도 내고 수익도 챙긴다. 은행은 해운사에 선박값을 빌려주며 해당 선박을 담보로 잡고 LTV를 설정하는데 최근 뱃값이 떨어지면서 담보가치가 낮아져 LTV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한국선주협회는 벌크선의 경우 선박 가격이 평균 66% 하락해 뱃값의 30%에 해당하는 추가 담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선사별로 선박별로 계약 시기와 조건이 제각각이어서 해운사들이 추가로 부담할 담보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며 “최근 은행권이 추가 담보를 바로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이자율을 높이는 식으로 선사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칠봉 대한해운 사장은 최근 선주협회가 주관한 조찬세미나에서 “금융기관에서 상환하거나 추가 담보를 제공하라는 요구 때문에 힘들다”며 “정책당국과 국책 금융기관이 협의해서 대책을 세워달라”며 토로하기도 했다.
해운업계는 은행들이 LTV 적용을 유예해주기를 바라는 한편 해운업계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줄 목적으로 설립된 해양보증보험이 제 기능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양보증보험이 해운사들을 대신해 부족한 담보를 채워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양보증보험은 자본력이 부족해 전폭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재홍 해양보증보험 사장은 “LTV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자본금 1,250억원 가운데 이미 800억원가량을 보증해 ‘총알’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해운업계는 최근 유동성 위기에서 금융이 ‘비 올 때 우산 뺏기’ 식으로 해운사를 압박해 한국 해운업이 쪼그라들 경우 시장 회복기 때 해외 선사가 수익을 쓸어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까다롭게 LTV를 적용한다면 우량한 해운사들까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힘겨운 상황에서도 극한의 구조조정을 통해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있는 해운사들을 한순간에 좀비 기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해양보증보험이 해운사 지원에 특화한 기구인 만큼 LTV 관련 지원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