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소위 말하는 '삼성 효과'라는 게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약 15%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삼성 그룹 계열사 주식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나온 말이다.
올해는 상업용 오피스 시장에도 때 아닌 '삼성 효과'가 불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사옥 재배치와 부동산 투자에 대한 달라진 관점에 따라 삼성이 소유하고 있던 오피스 빌딩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거래 종료될 '삼성' 매물만 8,000억원대=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동여의도 사옥의 경우 지난달에 거래가 완료돼 610억원에 이지스자산운용에 넘어갔다.
또 삼성생명 동교동 사옥은 인베스코가 우선협상자로 정해졌으며 매각가는 61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외 종로타워와 수송타워도 이지스를 우협으로 선정하고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종로타워의 매각가는 약 3,000억원, 수송타워는 약 2,6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올 들어 삼성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물건 중 거래가 완료되거나 올해 안에 거래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 매물은 총 4건, 규모는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실제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5년 간 삼성이 서울에서 매각한(매각가 1,000억원 이상) 오피스 빌딩은 2013년 삼성엔지니어링의 SEI타워와 글라스타워 지분 매각, 그리고 지난해에 삼성SRA자산운용에서 내놓은 정동빌딩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 들어 이른바 '삼성 오피스 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있는 것. 삼성은 매각 완료를 앞둔 오피스 빌딩 외에도 삼성생명 송파빌딩과 서초메트로타워·대치타워 등을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또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빌딩과 삼성 본관 매각도 거론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기회='삼성 오피스 매물'이 시장에 대거 나오면서 웃음꽃이 핀 곳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들이다.
최근 독립을 선언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앞으로 삼성에서 내놓는 매물만 잡아도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소유한 빌딩의 경우 전통적으로 노른자 지역에 위치한 곳이 많다. 노승한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 오피스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도 주요 시장으로 눈 여겨보고 있는 만큼 삼성의 오피스 매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의 부동산 매각이 향후 기업들의 오피스 전략 패러다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형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과거와 달리 대기업들이 본사를 전통적인 서울 3대 권역 안에 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오피스 시장의 손바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