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깜짝 선물이 국내 시장을 이탈했던 유럽계 자금의 발길을 돌릴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주도한 유럽계 자금은 단기성 '핫머니' 성격이 강해 증시 복귀 시 시차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증시 추가 상승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연말까지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지수는 23일 0.86%(17.40포인트) 상승한 2,040.40에 장을 마쳤다. 유럽의 추가 양적완화(QE) 시행 가능성이 호재로 작용해 장중 2,050선을 넘기도 했다. 특히 전날 국내 대형주들의 실적부진에 2,866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던 외국인이 이날 1,178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이며 장을 이끌었다.
유럽발 양적완화 가능성에 외국인이 3거래일 만에 다시 순매수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투자가의 수급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 지난 상반기 ECB의 양적완화 시행에 3~5월 사이 9조원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며 상승장을 만들었다. 반면 유럽계 자금이 지난 7월부터 대거 국내 증시를 외면하면서 지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럽계 자금은 7월 2조8,099억원이 순유출됐고 8월 3조3,078억원, 9월에도 1조1,657억원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 3개월 동안 7조원 이상의 유럽계 자금이 한국을 떠났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는 상황에 ECB가 추가 양적완화 정책 카드를 꺼내면서 시장 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계 자금이 돌아올 경우 자금 특성상 복귀 속도도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계 자금인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국가는 대부분 단기성 투자자금으로 분류돼 자금 유출입 속도가 빠르고 규모도 크다는 평가다. 단기성 투자자들이 많은 룩셈부르크의 경우 7~9월 1조4,720억원을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전문가들은 유럽계 자금이 다음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스탠스를 확인한 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계 자금 유입을 고려한다면 시장 전문가들은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주문했다. 특정 종목이나 섹터로 들어오는 미국계 자금과 달리 차익거래 비중이 높은 유럽계 자금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또 직접투자보다 대형주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권했다.
다만 유럽계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 실제 순매수 금액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럽계 자금은 환 관련 수익이 중요한데 이미 국내 원화는 낮은 레벨에 머물고 있어 수익률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올 상반기와 같은 강한 매수세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