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트럼프와 KKK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정치의 역대 아웃사이더 중 가장 극단적이면서 강력한 퍼스낼리티의 주인공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대안 부재가 밑바탕이 됐지만 트럼프의 인기는 한때의 거품 수준을 넘어 이제 미국 대선에서 주요 흐름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 경선 승리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당내 주류가 그 이후를 걱정할 정도다. 그가 쏟아내는 '막말'과 과거 행적 등이 당의 근본가치와 정체성과 맞지 않아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오히려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에 대한 논란이 마침내 미국 사회의 최대 금기인 인종차별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그의 아버지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1927년 뉴욕 퀸스 폭동에 가담해 체포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첫 보도 때 트럼프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이번에는 그의 부모가 폭동 현장에 거주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트럼프 자신조차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가 자신을 지지한 것과 관련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경쟁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는 같은 날 '양으로 100년을 살기보다 사자로 하루를 살겠다'는 글귀를 리트윗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선전 글귀를 지지자가 올린 그대로 전재한 것이다. 무솔리니의 글귀인지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트럼프가 파시스트이며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관련된 사기 혐의 재판에 대해 "판결은 판사의 인종에 달려 있다"는 거침없는 '막말'로 응수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경선의 분수령이 될 슈퍼화요일(1일·현지시간)에 이르기까지 트럼프는 텍사스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푼돈'이라고까지 폄하한 트럼프인만큼 그의 미국 대선 해프닝이 남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온종훈 논설위원


관련기사



온종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