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돌풍에 美 공화는 '멘붕'

슈퍼화요일 트럼프 압승하자 최대 돈줄 코흐 형제도 '백기'

이념 다르고 본선 경쟁력 부족...최종 후보땐 당 쪼개질수도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최대 돈줄인 석유재벌 코흐 형제는 500여명의 인맥을 통해 모아놓은 정치자금 4억 달러를 집행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못마땅한 도널드 트럼프가 당내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마당에 공화당 지원에 정치자금을 퍼부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고, TV 비난 광고 등에 수백만 달러를 들여 트럼프를 공격해봐야 트럼프의 기세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전날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자 공화당 주류 세력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는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보수 진영의 이념적 가치와도 거리도 멀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되면 대선 필패는 물론이고 당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낙마 작전이 여의치 않은 데다 시간도 촉박한 실정이다. 6개 주 경선이 열려 경선 판도가 거의 판가름되는 ‘미니 슈퍼 화요일’(오는 15일)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슈퍼 화요일 이후 공화당 지도자들이 앞으로 2주 내에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운명의 시간(moment for truth)’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공화당의 선택은 크게 △현행 경선 구도 장기전 △후보 단일화 △지도부의 전면적인 트럼프 거부 선언 △트럼프에 투항 등 크게 4가지다.

아직 공화당은 오는 15일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선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가 전체의 71%나 남은 만큼 역전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크루즈 의원이 전날 텍사스 주에서 승리한 것과 마찬가지로 루비오 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각각 자신의 지역구를 가져간다면 트럼프가 확보할 대의원 수는 크게 줄게 된다.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중재 전당대회’를 통해 트럼프를 쫓아낼 수 있다. 문제는 플로리다 주에서 당내 주류 지원을 받고 있는 루비오 의원 지지율이 트럼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만약 트럼프가 오는 15일에도 압승을 거둘 경우 손써볼 틈도 없이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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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옵션은 후보 단일화다. 당내 일각에서는 루비오 의원이 ‘졸전’을 벌이자 비록 못마땅하지만 극우 보수세력 ‘티파티’의 총아인 크루즈 의원을 대안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총 226명의 대원을 확보해 트럼프의 319명을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루비오 의원은 물론 케이식 주지사도 완주를 다짐하고 있어 공화당 지도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 카드는 당내 주류들이 전면적인 트럼프 반대 성명을 내놓으며 유권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방안이다. 스콘 리겔 하원의원, 수사나 마르티네스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선거 판도가 바뀔 지 회의적인 데다 당내 의견도 사분오열돼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파워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보수 진영의 대부인 루퍼트 머독은 “트럼프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 정체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공화당의 고민이자 딜레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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