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이자를 꿀로 드려요"

'양봉스타트업' 어반비즈서울, 하이브리드형 크라우드펀딩 첫 선

다양한 보상형 상품 쏟아져 투자자 참여길도 넓어질 듯

"규제 확풀어야 제도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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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비즈서울이 지난 2014년 식목일에 노들섬 주변에서 학생과 일반인들을 초대해 나무와 꽃을 심고 도심양봉을 체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어반비즈서울

지난 1월25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제도화된 후 처음으로 채무증권과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을 섞은 하이브리드형 크라우드펀딩 상품이 나왔다.

3일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에 따르면 도시에서 양봉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어반비즈서울이 지난달 25일부터 3년 만기 채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은 5,000만원의 자금유치를 목표로 오는 25일까지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인데 연 이자율은 8.6%다. 이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되는 이자는 0.8%이고 나머지 이자 7.8%는 꿀로 갚게 된다. 꿀이자의 경우 2계좌(1계좌당 25만원)당 시중가 3만9,000원의 꿀 한 병이 지급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화 이전에는 원금은 갚지 않고 업체의 제품을 제공하는 보상형이나 대출형만 가능했지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제도화되면서 채권의 원금은 원금대로 받으며 이자로 현물을 받는 형태의 새로운 금융상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앞으로 주식형과 채권형·투자계약형 등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기존 보상형이 합쳐진 다양한 투자상품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기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는 초기 기업과 상장기업을 비교했을 때 투자 리스크를 보고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자율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번 하이브리드형 크라우드펀딩은 기존의 투자개념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 아니라 기업과 철학이 맞는다면 함께 키워가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고 보상도 꼭 돈이 아닌 그 업체의 제품 등으로 받게 되면서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향유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2013년 서울에서 도시양봉을 시작한 어반비즈서울은 서울지역 도시양봉장의 55%가 넘는 12곳을 운영해 도시양봉업계에서 가장 앞선 사업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은 아직 매출이 많지 않지만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2013년 1,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4년 법인화 이후 3,200만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100만원까지 증가하는 등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은 이번 투자유치로 지난해까지 19곳이던 도시양봉장을 2018년 2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꿀 제조와 유통뿐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꿀벌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벌 관련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꿀벌숲 조성사업도 확대한다. 어반비즈서울은 올해 서울시·CJ대한통운·코오롱스포츠 등 지자체·대기업과 제휴해 꿀벌숲을 조성할 방침이다.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는 "해외에서는 도시양봉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로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며 "프랑스에서는 허니뱅크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에서 은행처럼 꿀을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사례가 있어 관심 있게 봤는데 마침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생기면서 이를 온라인을 활용해 자금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하이브리드형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에서 양봉을 하면 벌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꽃이 잘 피고 곤충·나비·새들이 유입되는데다 벌을 키우면서 식물을 기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생물 다양성 복원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은 크라우드펀딩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 하나의 투자문화로 자리 잡게 하려면 규제가 추가로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반가운 일이지만 증권형의 경우 보상형보다 자본시장법상 광고를 엄격히 제한해 인지가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부에서 어느 정도 풀어줘야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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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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