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신흥국 위기 정점 지났나

유가 반등·선진국 부양책 약발

미 금리인상 가능성 낮아지며 자금 유출액 갈수록 줄어들어

남미 증시 한달새 10%대 급등… 남아공 등 통화가치도 안정세


원자재 값 급락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동시다발적 악재로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신흥국들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시아·중남미 신흥국들은 올 초까지만 해도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과 대규모 자금 유출 등으로 경제 불안에 직면했지만 최근 유가가 반등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이 진정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그라들고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금융 완화에 나서면서 신흥국 통화가치와 증시는 한 달 새 빠르게 회복되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남미의 주요 신흥국 증시는 지난 한 달 동안 10% 안팎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 증시는 무려 18.86% 올라 신흥국 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페루 증시는 17% 이상 상승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도 13.40%나 올라 자본 유출 우려를 잠재웠다. 중국발 경기 둔화로 타격을 입은 아시아 국가들도 양호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지수는 8.79%, 대만 자취엔 지수는 6.40% 올랐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수도 5.7% 이상 상승했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도 지난달 12일 이후 지금까지 8%가량 상승했다.

올 초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던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도 지난 1월 중순 이후 반등세로 돌아서며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1월8일 1달러당 1.4428랜드까지 추락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지난 한 달 사이 3.5% 이상 올라 3일 현재 1.394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헤알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2.46% 올랐으며 대만 달러와 싱가포르 달러도 각각 1.82%와 1.84%의 절상폭을 보였다.

이처럼 신흥국 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들어선 것은 최근 국제유가가 회복 흐름을 타고 있는데다 각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자금 유출이 일단락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줄곧 추락했던 유가는 연초 최저점을 찍은 후 지난달 중순 이후 꾸준히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9일 배럴당 27.94달러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에서 34.66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대량 자금 유출 사태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2월 신흥국 포트폴리오 자금 흐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억달러(약 2,455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62억달러와 1월 26억달러에 달했던 유출액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IF는 유가 반등과 글로벌 시장 안정으로 자금 흐름 추세가 변했다며 "2015년 7월부터 시작된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2월에 멈췄다"고 평가했다. 앞서 신흥국 시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던 씨티은행도 "달러 강세 위협이 사라짐에 따라 이제 신흥 시장 증시를 추천할 만한 확신을 갖게 됐다"며 "신흥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다수 부정적인 뉴스들은 이미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흥국들의 수출 감소와 성장세 둔화가 앞으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당분간 글로벌 시장 안정에 힘입어 신흥국 시장도 반등세를 이어가겠지만 글로벌 소비와 수요 부진 등 수출 둔화 요인이 여전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진단이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신흥국의 외채 규모가 2조8,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점차 높아지는 부채 부담이 신흥 시장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신흥국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과 대출 여건 악화는 기업들의 부채 상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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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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