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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200만명 일터로 보내자] "취업설계사가 교육·알선·동행면접까지… '새일센터'로 오세요"

<하>특별인터뷰 -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남성육아휴직 기간 OECD 최고지만 활용률 턱없이 낮아

일·가정 양립 제도

기업에 손실 아닌 실질적 도움 되도록 정책 역량 집중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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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4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극복하고 싶다면 여성새로일하기센터로 오세요. 취업설계사가 있어 취업 상담과 함께 현재의 상태를 분석해주고 능력이 되면 맞는 일자리를 찾아 바로 취업하게 해주고 부족하다면 취업교육도 실시합니다.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으로 교육훈련을 받았는데도 낯선 면접장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면 취업설계사가 따라가 '동행면접'까지 해줍니다. 입사 이후 '애프터서비스'도 있는데요, 회사의 시설과 환경개선 등 재취업 여성을 위한 '사후 컨설팅'까지 기업에 제공해줍니다. 입사 1년 후 재방문해 일은 잘하고 계시는지 애로사항도 점검하고요. 취업과 관련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공하는 좋은 시스템이 있음에도 제도를 잘 모르거나 용기가 없어 도전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교사로 시작해 정보기술(IT) 기업을 일군 여성 벤처기업인 출신으로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례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데 이어 올해 초 정부청사로 자리를 옮긴 강은희(사진) 여성가족부 장관의 답변은 거침없었다.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 17층 북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강 장관은 성공한 여성이기 이전에 딸이자 언니이고, 아내이자 엄마였다. 사업 때문에 고생도 많았고 아이들 생각에 울어도 봤기에 그 누구보다 '경력단절여성'의 고충을 알고 있는 강 장관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리는 정책들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지난 1월 중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취임해 겨우 한 달 반 정도 지났지만 강 장관은 여성가족위원의 경험과 기업인으로서의 현장 감각 덕에 빠른 속도로 정책과 현안을 파악하고 있었다. '여성 기업인'으로 불리던 시절에는 여성이라기보다는 '기업인'의 역할이 더 컸고 회사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이윤을 창출해 기업을 일으키는 데 몰두했다. 다만 여성으로서 동료인 여성에 대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가부 장관은 다르다. 여성과 가족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태도도 달라졌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가지는 부담을 덜어주고 여성이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아무래도 기업인의 시각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을 본다면 그 실효성을 따지게 됩니다. 우리가 서비스하고 정책을 펴는 것들이 어떻게 하면 현장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국민들에게 좀 더 와닿을 수 있을까의 문제가 목표가 됐습니다."

강 장관은 특히 여가부의 대표적 정책인 '가족친화인증제'를 예로 들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에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친화인증 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을 확대해 지난해 30개사에서 올해는 두 배인 60개사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1,363개사인 가족친화인증 기업도 올해 내 1,800개로 확산시키는 게 목표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게 하는 주체는 기업이므로 이 같은 정책이 기업의 손실이 아니라 '이득'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만들어줘야 합니다. 가족친화인증 기업이 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중요한데 기업에 손해라면 누가 하겠습니까? 우리는 인증받은 기업에 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합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 평가 가산점이나 대출 이자율 인하, 출입국 간소화 등 소소한 110가지의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기업인들이 원하는 혜택이 무엇인지 의견수렴을 해 더 늘릴 계획입니다. 정부의 제도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가 잘 쓸 수 있는 것이 돼야 합니다."

'일·가정 양립'은 저조한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출산율 증가의 전제조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적 측면에서는 '일·가정 양립'의 여건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문제는 낮은 제도 활용률이다.

가령 남성 육아휴직의 경우 한국의 아버지들에게 주어지는 유급 육아휴가는 52.6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마음만 먹으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아버지가 1년 동안 쉴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선뜻 육아휴직을 쓰기에는 눈치 보고 따져야 할 게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체 육아휴직자의 5.6%에 불과하며 이용기간도 5.2개월에 그쳤다. 이는 28.5%에 이르는 아이슬란드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나 노르웨이의 21.2%, 덴마크의 10.2%에 비해 턱없이 낮다.

강 장관은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자 수는 2009년 3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8만7,000명 정도로 이제 보편적으로 인식되지만 이 중 남성 비중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2008년 355명이던 남성 육아휴직자가 가파르게 늘어 지난해에는 10배 이상인 4,900명 정도가 썼으니 제도 이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4년차를 맞아 지금 새로운 정책을 내기보다는 기존 정책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살피고 국민들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경단녀'의 재취업 문제 해결도 기존의 새일센터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내실을 기할 계획이다. "경력단절이 없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강 장관은 "출산·육아휴직으로 발생한 업무 공백을 대부분 남아 있는 다른 직장 동료가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여성 고용을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정부가 대체인력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인력 채용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해온 데 이어 2014년부터는 기업의 대체인력 수요를 미리 파악해 인력 풀을 모집하고 훈련시켜 충원을 가능하게 하는 '민간대체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강 장관은 자신의 창업 경험을 살려 경단녀의 창업뿐 아니라 여대생의 창업에도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그는 "새일센터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연계를 통해 창업을 희망하는 경단녀를 위한 창업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할 생각"이라며 "중소기업청과 손잡고 경단녀 고용기업뿐만 아니라 경단녀 예비창업팀, 여성기업 등에 연구개발(R&D) 창업자금으로 1년간 총 102억원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알파걸'인 실력 있는 여대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더니 창업 희망자의 대부분이 아직은 남성이었는데 많은 제품 아이디어 가운데 여성이 아니면 안 되는 부분도 많은 만큼 이들을 이끌어줄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강 장관은 올해 13개 대학을 지원해 청년 여성들이 기업가정신을 키우고 창업역량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할 참이다. '제2의 강은희'도 기대해봄 직하다.

/정리=조상인기자 ccsi@sed.co.kr
/대담=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She is…




△1964년 대구 △경북대 물리교육과 △계명대 산업기술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봉화 소천중고등학교 교사 △위니텍 대표 △여성기업인협회 회장 △한국무역협회 이사 △19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새누리당 무상보육급식TF 위원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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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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