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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인수자금 1300억 날릴 처지" DICC 재무적투자자, 두산과 갈등

만기 목전에 다가왔지만 마땅한 상환방법 못찾아

대주단과 협의착수 불구 두산 배당 지급 등 난색

연장 설득 만만치않을듯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인수자금 1,3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며 모기업인 두산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프라이빗에쿼티(PE), IMM PE 등 DICC의 지분 20%를 인수한 FI들은 조달한 인수금융의 만기가 목전에 다가왔지만 마땅한 상환방법이 없어 만기연장에 나섰다. FI들은 최근 국민연금·산업은행·하나은행 등으로 구성된 인수금융 대주단과 만기연장에 관한 실무협의에 착수했다. 지난 2011년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할 당시 대주단에 빌린 1,300억원과 한도대출 300억원이 연장 대상이다. 당초 DICC의 매각이나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경기둔화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희박하다. FI들은 지난해 5월 동반매도권을 행사해 DICC 지분 100%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FI 측은 지난해 11월 1대 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80%)가 매각 작업에 협조하지 않는 등 주주 간 계약서상 약속한 부분을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수금융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 해당 지분 20%가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동시에 FI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DICC에 투자한 국내 연기금·공제회는 2,000억원대의 투자금 전액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 시장 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근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인 두산 측이 디폴트를 막기 위한 '백기사'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만기연장이 성사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주단에 만기연장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신용보강 등 자구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FI들은 자금 여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두산 측이 "DICC가 매년 순손실을 기록해 배당 가능 이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FI에 대한 배당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만기연장을 위해 대주단을 설득하기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번 만기연장의 열쇠는 두산그룹이 쥐고 있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두산 측이 인수금융 일부를 대신 상환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자구책이 마련돼야 대주단에 만기연장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디폴트가 발생하게 되면 FI를 통해 DICC에 투자한 대다수 연기금·공제회부터 대주단 국민연금까지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두산그룹에 등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부분을 두산 측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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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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