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뮤지컬 헤드윅 "어서와, 큰집에선 처음이지?"

'뉴 메이크업'으로 돌아온 헤드윅-300석 소극장서 700석 중극장으로 옮겨

20여대 폐차 쌓아 만든 색다른 세트, 관객 교감 위해 생중계 카메라 활용

화끈한 도발, 시원한 록음악 '매력'은 여전

강렬한 사운드 못 담아내는 공연장은 아쉬워

“여러분 어때? 야심 차게 준비했어.”

요염하게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그녀(?)의 질문에 누가 ‘노(NO)’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작은 집을 떠나 큰 집으로 무대를 옮긴 뮤지컬 ‘헤드윅’은 제목 뒤에 붙은 ‘뉴 메이크업’이란 부제에 걸맞게 새로운 비주얼로, 그러나 이전의 솔직한 이야기와 주체할 수 없는 록 스피릿은 그대로 장착한 채 관객을 다시 찾아왔다.



2005년 국내 초연한 헤드윅은 동독 출신 성전환자 헤드윅이 공연을 통해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며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까지 10년간 3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공연을 펼친 이 작품은 올해 70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옮겨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일 개막한 ‘뉴 메이크업 헤드윅’은 ‘작은 집 살림으로 큰 집을 채우면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란 우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린다.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가져가지만, 주인공이 노는 물은 더 커졌다. 극 중 헤드윅이 공연하는 장소는 기존 뉴욕의 허름한 모텔에서 공연의 메카 브로드웨이로 바뀌었다. 실제로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던 헤드윅 오리지널팀이 브로드웨이에 입성,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한국 공연도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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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변신은 무대다. 극 중 헤드윅의 쇼가 열리는 곳은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뮤지컬 ‘정크 야드(Junk Yard·폐차장)’의 공연장이다. 폐차장을 구현한 무대 위에는 실제 폐차장에서 공수한 20여 대의 차량이 쌓여 있다. 녹슬어 잠들어 있던 이 고철 덩어리들은 극이 전개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한몫을 한다. 관객과의 교감에도 깨나 신경을 썼다. 헤드윅이 객석을 통해 등장하고 극 중 오븐에 머리를 넣는 장면에선 2층 관객을 위해 생중계 카메라로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 투사해 호응을 이끌어 낸다.

라이브 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와 배우들의 미친 가창력은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다만 공연장 자체의 음향 시설이 이 둘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포장이 바뀌어도 헤드윅 본연의 매력은 그대로다. 화끈한 도발과 무대를 장악하는 시원한 음악은 2시간 동안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캐스팅 별로 기본 넘버 외에 추가한 ‘특별곡’이 다르고, 저마다 선보이는 애드립도 천차만별이라 ‘누구의 헤드윅을 봤느냐’에 따라 감상도 크게 달라질 듯하다. ‘헤드윅 전회 매진 신화’의 주인공인 조드윅(조승우)은 공연이라기보다는 팬미팅 하는 듯한 노련함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수위 높은 농담과 애드리브 속에 공연 시간이 10여분 길어지는 것은 조드윅이 건네는 특급 선물이다. 이번 시즌 헤드윅은 조승우·조정석·윤도현·정문성·변요한이다.



마지막 장면의 뭉클함과 여운도 한층 진해졌다. 극 말미 헤드윅은 가발을 내던지고, 브래지어에서 토마토 2개를 꺼내 몸 곳곳에 뭉갠다. 치부를 드러낸 채 성전환자 헤드윅이 아닌 상처 많은 인간 ‘한셀’(성전환 수술 전 이름)이 되어 절규하는 그를 보며 함께 웃고 소리 지르던 객석은 고요해진다. 모든 것을 벗어던진 헤드윅은 이전 버전에선 객석을 지나 공연장 밖으로 퇴장했지만, 이번엔 두 개로 갈라지는 무대 벽면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조명 속에서 뿌연 연기와 함께 흩어지듯 사라지는 그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다.
사진=쇼노트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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