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

유산균 사업은 부가가치의 보고… 프로바이오틱스 1위 머잖았죠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9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3

덴마크 유학 마치고 김포서 창업… 세계 첫 이중코팅기술 상용화 성공

OEM·ODM 통해 북유럽 공략하다 자체브랜드 '듀오락' 론칭해 승부수

2년만에 덴마크 점유율 2위로 올라

현지 약사·의사 강의 통해 시장 확장

'다중코팅' 활용한 대장암치료제 등 의약품 공략 넓혀 기업가치 높일 것


정명준(58·사진) 쎌바이오텍 대표는 요즘 강연 준비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상반기에 터키와 싱가포르, 덴마크, 중국 등 해외 의사와 약사들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체내에 들어가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내는 살아 있는 유산균) 강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창업 20여년 만에 쎌바이오텍을 세계 5대 프로바이오틱스 업체로 키워낸 정 대표의 강연은 해외에서 인기 만점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본고장인 덴마크에서 강의나 세미나를 열 때는 한 번에 200명이 넘는 약사들이 모인다. 2014년 '듀오락'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덴마크에 론칭한 이후 정 대표는 강연에 부쩍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해외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는 데 강의가 큰 기여를 했습니다. 원래 강의를 잘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제 영어 강의를 듣고 현지 제약사나 의사·약사들이 듀오락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약 문의를 하더군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절에는 강의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자체 브랜드를 유럽에서 론칭한 후 강의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성과는 좋은 편이다. 덴마크 시장 점유율은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25%에 육박해 2위까지 올랐고 핀란드와 스페인에서도 듀오락 제품을 출시해 현지 약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세계 최고의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이 되겠다는 정 대표의 꿈이 조금씩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글로벌 유산균 기업인 크리스찬한센이 있는 덴마크 유학 시절이었다. 서울대에서 미생물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원(현 대상그룹)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1989년 덴마크 왕립공대로 유학을 떠났다.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크리스찬한센을 지켜봤는데 한국 중소기업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연 매출은 대기업 수준인 조원 단위에 달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술력만 확보한다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기로 했죠." 그는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1995년 경기 김포 끝자락에 쎌바이오텍을 차렸다.

창업 초기 자금을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바이오 분야에 능통한 연구 인력을 구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때 대학 시절 교수님의 도움으로 10명의 전문 인력을 수혈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연구에 매진했고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 도달할 수 있는 이중 코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시련도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충격파는 쎌바이오텍도 피해갈 수 없었다. 수금이 제대로 안 되고 재고는 쌓여갔다. 그는 대금을 달러로 받는다면 부도 위기를 겪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수출을 돌파구로 삼기로 했다.

처음 시작은 OEM과 ODM 방식이었다. 기술력이 충분한 만큼 해외 제약사들과 장기간 계약만 유지한다면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 박사 출신이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워 북유럽 OEM·ODM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에는 덴마크에 현지 법인 쎌바이오텍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OEM·ODM 방식으로 덴마크 시장 점유율 70%를 넘겼다. 덴마크에서 먹히자 북유럽으로 쎌바이오텍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OEM·ODM 방식만으로는 현지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민 끝에 자체 상표가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 대표는 마케팅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자체 브랜드로 직접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OEM·ODM 계약을 끊고 국내에서 미리 선보인 브랜드 듀오락을 2014년 덴마크 시장에서 선보였다. 이후 틈나는 대로 정 대표는 유럽 출장길에 올라 현지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강의와 세미나를 열어 기술력을 알렸고 덴마크는 물론 핀란드·스페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정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 종주국인 덴마크 시장에서 듀오락으로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는 "현지 강의와 함께 잡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덴마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덴마크 현지 헬스케어 전문가와 함께 10회 정도의 공개 세미나도 예정돼 있어 듀오락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프랑스·스위스 시장에도 듀오락을 선보일 것"이라며 "5개국 정도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다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1월에는 중국에서 이중 코팅과 관련해 특허를 취득해 중국 시장도 본격적으로 노크한다.

'다중 코팅' 기술을 활용한 여드름 치료제나 화장품 등 신규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쎌바이오텍이 이중 코팅에 이어 개발한 다중 코팅은 식용 유지 성분을 추가해 더욱 안정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유산균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쎌바이오텍은 지난해 다중 코팅 기술이 적용된 유산균 여드름 치료 화장품을 개발해 폴란드·핀란드 등으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올해에는 덴마크를 비롯해 한국·동남아시아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나아가 다중 코팅 기술을 활용해 대장암, 염증성 장 질환, 크론병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성공한다면 건강기능성 유산균 제품에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돼 쎌바이오텍의 기업 가치는 더욱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된 점도 호재다. 월드클래스 300은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국내 중견기업 300곳을 육성하기 위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중견기업을 선발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쎌바이오텍은 앞으로 5년간 연구 지원 자금과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응용 기술 등을 지원받게 된다.

정 대표는 "월드클래스 300 선정을 바탕으로 연구와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라며 "다중 코팅과 같은 독보적 핵심 기술을 디딤돌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권욱기자

● 정명준 대표는




△1958년 서울

△1980년 연세대 생물학과

△1982년 서울대 미생물학 석사

△1992년 덴마크 왕립공대 이학박사

(유산균 발효)

△1995년∼ 쎌바이오텍 대표

△2000년~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부회장

△2015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겸임교수


자전거·요리·밴드… 신바람 나는 기업문화 조성에도 앞장


사내동호회·행사 지원 적극… 자체 식당 '쎌토랑'도 인기

한동훈 기자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는 신바람 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평소 '펀(Fun) 문화' 정착과 원활한 소통을 강조해온 정 대표는 주기적으로 사내 행사를 개최하고 동호회 결성을 독려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쎌바이오텍 사내에 결성된 동호회는 6개나 된다.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 동호회 '쎌바이크'다. 3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직원들이 팻 바이크(두꺼운 프레임과 광폭 타이어를 가진 자전거)로 주 1~3회씩 회사 주변인 김포 인근을 달린다. 팻 바이크 마니아인 정 대표도 참여해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한다. 이 밖에 요리 동호회인 '쎌쿡', 밴드 모임인 '밴도리', 30~40대 남자 직원들로 구성된 댄스 동호회 'CB크루' 등도 운영되고 있다.

다른 회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행사도 많다. 쎌바이오텍은 매년 1회 1박2일 일정으로 팀장 워크숍 행사를 개최한다. 팀장급 직원들이 4명씩 1개 조를 구성한 뒤 지방을 방문해 미션을 수행하는데 1·2위 조에는 부부 동반 해외여행 기회를 준다. '한여름밤의 미식 축제'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행사다. 매년 여름 정 대표와 경영진이 직원 부인과 남편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공연을 진행한다.

정 대표는 "바이오 업체라는 특성상 공채보다는 경력직을 많이 채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협업 체계를 갖춰 일할 수 있도록 동호회 활동과 사내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도락가로 알려진 정 대표는 김포 본사 옆에 '쎌토랑'이라는 식당도 직접 만들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정규직으로 국산 재료를 가지고 매일 직원들에게 따뜻한 밥과 반찬을 제공한다. 근처 대명항에서 잡은 꽃게로 만든 꽃게무침은 별미 중의 별미다. 김장철에는 직접 김치 800포기를 담근다.

정 대표는 "회사에서 맛있는 밥을 제공해야 직원들이 힘을 낼 수 있지 않냐"며 "음식 솜씨가 좋아 해외 바이어들도 감탄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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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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