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격호, 롯데제과 등기이사서 물러난다

창업 49년만에 퇴임… 내년 하반기엔 전 계열사 이사직함 뗄 듯

걸어서 가정법원 들어서는 신격호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으로 본인의 정신 건강 상태를 논하는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출석하고 있다. /권욱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1967년 롯데제과 설립 이후 49년 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등기이사 임기가 끝나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재선임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하반기에는 모든 롯데 계열사 이사 직함을 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95세의 고령에 앞으로 성년후견인(대리인) 지정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정신감정까지 받는 만큼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 차원에서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6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를 계기로 확실한 주도권을 잡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민영기 롯데제과 건과영업본부장을 새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7일 밝혔다. 임기가 끝나는 신 총괄회장은 재선임하지 않는 대신 황 사장이 대체한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고령인데다 대리인 지정 여부를 따져야 하는 만큼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고 투자자들도 문제 삼을 수 있어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그룹의 시초가 되는 회사로 신 총괄회장은 196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등기이사를 유지해왔다. 이처럼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 롯데제과에서 신 총괄회장이 물러나며 롯데그룹이 신동빈 체제에 본격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싸움터로 꼽히던 6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신 회장이 완승한 바로 다음날 신 총괄회장이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 같은 풀이에 힘을 싣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외에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부산롯데호텔·자이언츠·롯데건설·롯데알미늄 등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라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이들 계열사의 이사회와 주주총회 안건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신 총괄회장의 거취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이들 계열사에서도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차례로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신 총괄회장의 임기는 호텔롯데(2016년 3월 28일), 롯데쇼핑(2017년 3월), 부산롯데호텔(2016년 11월), 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건설 (2017년 3월), 롯데알미늄(2017년 8월)으로 내년 8월에는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직함이 모두 사라질 예정이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2월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임명하면서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롯데제과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의 등기이사 자리를 지키면서 언제든지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롯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신동빈 회장과 맞붙은 만큼 주도권을 확실히 한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퇴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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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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