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앤] "SNS로 마케팅 효율성 극대화"… '해시태그'에 꽂힌 패션시장

블랙야크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등 SNS를 활용해 펼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관련 사진들. △나이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과정과 열정'을 중시하는 이들을 한데 모아 진행한 '세상은 문밖에 있다' 토크 콘서트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다이아몬드 서플라이와 협업한 라이프스타일 북 '크루라이프' △런던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신진 아티스트와 진행한 사진 촬영 등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패션기업들과 차별화된 감성을 전달하는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사진제공=블랙야크

인스타그램·트위터·페북 등서 '#음악' '#맛집' 등 키워드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 얻고 취향 공유까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시장 공략" 업계, SNS 콘텐츠 활용해 고객몰이

블랙야크 '세상은 문밖에…' 캠페인, 토크 콘서트로 브랜드 정체성 알려

아디다스 '새로운 나 만들다' 론칭… '스포츠에 대한 열정' 감성 프로젝트


지난 달 글로벌 패션시장에 큰 사건이 있었다. 세계 최대의 패션 행사인 뉴욕패션위크에 버버리·톰포드 등 글로벌 명품업체가 대거 불참한 것. 패션업체라면 기를 쓰고 참여하려는 성지와도 같은 곳을 대표 브랜드들이 외면하자 패션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불참 업체들이 밝힌 이유는 간단했다.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주로 활용하는 패션위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디자이너 레베카 타일러는 "그동안 패션위크가 중요했던 것은 홍보를 위한 다른 채널이 전무했기 때문"이라며 "막대한 홍보비를 지불해야 했던 전통 채널을 무시하고 SNS만으로 몸값을 높이는 신진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NS는 전통적 유통 구조를 변화시킬 정도로 막강해졌다. 특히 '취향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한 '해시태그(#)'가 SNS의 진정한 동력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트위터 등의 한 기능으로, '#' 뒤에 특정 단어를 넣으면 그 주제에 대한 글 또는 사진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음악' '#영화' '#맛집' '#패션'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내용을 검색할 수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취향만으로 동일한 콘텐츠를 공유하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전세계에 매일 5,500만개 이상의 사진이 공유되고 1초마다 9,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쏟아지는 가운데 해시태그 하나만으로 사용자가 특정 주제에 주목할 수 있게 해준다. 전통적 미디어가 개인의 취향과 무관한 정보를 쏟아내며 피로감을 높이는 것과 달리 해시태그는 본인이 원하는 것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해시태그는 비주류 문화가 주류 문화로 쉽게 올라서는데 영향을 미칠 정도다. 실제로 놈코어 패션(노멀과 하드코어의 합성어로, 평범함 속에서 개성을 살리는 패션)이 선풍적 인기를 끈 데는 해시태그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세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음악·패션 등을 추구하는 '힙스터족'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해시태그로 검색력을 높인 추종자들의 공유가 한 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구찌·셀린느 같은 명품업체조차도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적당히 멋을 낸 자연스러운 사진에 공감하고 공유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찍다 만 듯한 모델 사진이 명품업체의 메인 광고를 장식하는 이유도 인스타그램과 해시태그의 힘을 이해하지 못하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시태그의 힘을 일찌감치 파악한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나 제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손쉽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점에 착안, 취향과 경험을 저격하는 마케팅을 한층 다양화하는 추세다. 특히 단순소비 증진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취향공동체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 개발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중이다.

국내업체의 경우 블랙야크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으로 화제를 낳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은 직업·성별·연봉 등으로 구분하던 소비자 분석을 확장해 라이프스타일별로 시장 분석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매장 및 제품 변화 등을 소비자의 취향 관점에서 접근한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야크의 '세상은 문 밖에 있다(세문밖)' 캠페인이다. 소비자 성별·나이·직업에 무관하게 '과정 속 즐거움과 열정'을 중요시하는 이들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등 다양한 SNS 활동으로 모아 다양한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문 앞에서 고민하지 말고 문 밖으로 한걸음 더 나가 즐기라'는 블랙야크의 브랜드 정체성을 연사와 청중 간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감성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최근 4회까지 진행된 세문밖 콘서트에는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 여덟단어 저자 TBWA 박웅현 대표, 개그맨 김영철 등이 연사로 나와 큰 호응을 얻었다. 이달 말에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박진경 PD 편을 앞두고 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덕후·스트리트 스마터 등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던지는 등 기존 마케팅 방식을 깨뜨리면서 SNS 상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야크는 지난해 11월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다이아몬드서플라이 코리아'와 함께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북 '크루라이프'를 통해 다양한 스트리트 문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 생소할 수 있는 스트리트 활동과 패션을 인스타그램으로 소개하며 스트리트 문화를 공유하는 새로운 취향공동체 형성을 촉진했다. 육성재·안수민 등을 모델로 활용하며 빅스타에 의존하던 기존 광고 방식에서 탈피한 것도 취향저격 마케팅 성공을 위한 실험 중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최근 블랙야크는 유럽으로까지 보폭을 넓혀 새로운 감성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런던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신진 아티스트와 유명 모델들의 협업 작품을 오로지 디지털플랫폼을 통해서만 공개한 것. 의상부터 콘셉트, 모델 섭외부터 촬영까지 아티스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오롯이 반영해 자연스러운 분위기 그대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남윤주 블랙야크 팀장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질수록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남들과는 다른 매력적인 브랜드 퍼스넬리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웃도어 본연의 가치인 기술 진보를 꾸준히 이루면서도 기존 아웃도어의 진부함을 깬 차별화된 감성을 부여하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아이다스 역시 해시태그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아디다스의 리더십과 열정을 보여주는 '스포츠 16'의 첫 번째 캠페인 'I AM HERE TO CREATE_새로운 나를 만들다'를 론칭, 세계적인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새로움을 창조해 나가는지를 표현했다. 세계적 테니스 선수인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와 아나 이바노비치 등이 참여한 이 영상은 아디다스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채널에서 '#heretocreate' 해시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스포츠 매니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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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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