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난민 유입 전방위 차단 나선 EU

불법 이주민 터키로 송환 합의… EU는 시리아 난민만 받기로

30억유로 추가 지원금 지급 등 터키 요구안에 반발 움직임

최종 타결 낙관은 아직 일러

유럽연합(EU)과 터키 정부가 시리아 등지에서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한다는 원칙에 사실상 합의했다. 중동 지역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온 유럽 국가들이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터키로 되돌려보내는 대신 터키가 요구하는 거액의 자금 지원과 함께 터키의 EU 가입협상 가속화 등의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EU는 무질서한 이민자 유입이 초래하는 사회적 위기의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EU 일각에서는 벌써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어 사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EU 28개 회원국들이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주민들을 모두 터키로 돌려보낸다는 큰 틀에 합의에 이르렀다고 8일 보도했다. 전날부터 12시간 동안 이어진 양측 정상들의 마라톤 회의에서 작성된 성명 초안에는 "터키가 국제적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민자들을 신속히 되돌려받겠다는 그리스와의 양자합의를 실행"하고 "자국 수역에서 체포된 불법 이주민을 돌려받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터키에서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로 밀항하는 난민이나 이민자들은 일단 모두 터키로 송환되며 EU는 그 가운데 정치적 보호가 필요한 시리아 난민들만 받아들일 예정이다.

대신 터키 정부는 EU에 30억유로(약 4조원)의 추가 지원금 지급과 당초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터키 국민의 비자 면제요건 완화 시점을 6월로 앞당겨줄 것, 터키의 EU 가입신청 협상에 속도를 낼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FT는 지난 6일 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이 같은 요구조건을 제시했으며 메르켈 총리는 "터키의 제의가 이행된다면 (난민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고 FT는 전했다. 양측은 17~18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터키의 추가 요구에 대한 세부 조율을 거쳐 최종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터키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합의가 발칸 서부지역을 거쳐 독일로 유입되는 이민 루트가 '폐쇄'됐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에 몰려오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이민자들의 자동송환 조치가 매일 에게해를 통해 그리스로 건너오는 2,000명의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고 시리아 난민들이 합법적으로 유럽에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터키가 이민자 송환조건으로 제시한 요구사항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 협상의 최종 타결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난민 문제에 관한 강경파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당장 "터키에서 합법적인 망명신청자를 받아들여 EU에 재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거부한다"고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EU가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에 30억유로의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이민자 수가 거의 줄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터키의 제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인권단체들은 벌써부터 이민자 집단송환 조치의 합법성을 문제 삼고 있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해도 합의안이 실제 이행되는 기간은 2~3개월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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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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