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강시 기업

중국에서는 좀비 기업을 '강시 기업'이라고 부른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파산을 면하고 연명하는 기업을 말한다. 1980년대 홍콩 영화의 강시처럼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괴물 상태에서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부실 기업을 의미한다. 어느 경제권에나 이 같은 부실 기업은 있지만 강시 기업은 이제 중국 경제의 당면 현안이다.

한 해의 국가 정책 방향을 잡는 중국 양회(兩會)에서도 강시 기업 등 부실 기업의 정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경제 운용 방향 보고에서 "합병과 재편성·파산·청산 등의 조치로 강시 기업을 처치하겠다"고 강조했다. 5월부터 시작하는 대대적 한계 기업 퇴출 작업의 예고로 정부 공식 발표에서 '강시 기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총리가 지목한 강시 기업은 석탄·철광·시멘트 등 세계적 공급 과잉을 초래하는 업종에 집중돼 있다.

경제 지표도 강시 기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은행의 부실 채권 비율이 10년 만에 최고인 총여신의 1.67%까지 치솟았다. 10개 분기 연속 증가세인데다 최근 1년 동안 30% 이상 급증하는 등 빠른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중국 기업의 부채가 신흥국 전체의 71%나 차지한다며 경고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처럼 중국 기업의 부채가 또 다른 위기인 '신흥국 위기'의 '뇌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해도 중국 당국이 부실 기업 정리에 성공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중속 성장(연 6.5%~7%)으로 목표를 낮췄다지만 부실 기업 정리가 뒤따를 경우 이 수준의 성장도 지키기 어려워진다. 강시 기업 퇴출에 지나치게 메스를 댈 경우 신용 경색과 금융위기로 실물경제를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경우 강시 기업은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 강시는 더 이상 영화가 아니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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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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