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대-중기 거래관행 개선이 도약 주춧돌

정부, 하도급업체 지원 노력 성과… 작년 부당특약 40% 가까이 줄어

대금 미지급 등 뿌리 뽑으려면 서면실태조사도 적극 활용해야


우리나라 340만개 기업 중 99.9%는 중소기업이고 중소 제조업체 중 절반 이상은 하도급 업체다. 하도급 업체의 매출액 중 80% 이상은 대기업 등 원사업자와의 수탁 거래를 통해 창출된다. 우리 경제가 난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근간인 중소하도급 업체가 기업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대중소 기업 간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긴요하다.

정부는 하도급 업체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을 위해 최근 3년간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각종 제도를 확충·보완해왔다. 하도급법을 개정해 기술유용 이외에 부당 단가인하, 부당 위탁취소, 부당 반품의 경우에도 손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하도급 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특약 설정행위를 위법행위로 명문화했고 하도급 업체가 소속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해당 업체를 대신해 대기업과 납품단가 조정협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규모를 벗어난 중견기업들도 대금을 제때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법의 보호대상으로 추가했다.

정부는 법 집행 강화, 대중소기업 간 협력 촉진을 통해서도 하도급 업체의 경영을 뒷받침해왔다. 하도급 업체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대금 미지급 문제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 지난 3년간 4,952억원의 미지급 대금이 지급되도록 조치했고 매년 9만5,000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해 주요 원사업자의 대금 미정산 등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해 시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3,800여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2.3%의 업체들이 전년보다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대금 부당감액, 기술유용, 부당 위탁취소 등 불공정행위는 각각 10% 이상 감소했고 특히 부당특약은 40% 가까이 줄었다. 공정거래 협약이행을 통해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자금지원 금액은 전년보다 2.3배 증가하는 등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한층 강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올해도 기업 간 거래관행 개선 가속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공공공사에서 발주자가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고 대금 미지급을 스스로 고친 사업자에 대해서는 벌점과 과징금을 면제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하도급 대금 미지급 문제에 보다 근원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할 것이다. 하도급 거래 서면실태조사와 익명제보센터를 통해 기술유용·부당특약 등을 철저히 감시하는 한편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중소기업 이외에 중견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대금지급실태도 점검할 계획이다. 또 공정거래협약 평가기준 개선을 통해 1차 협력사 이외에 2차 이하 협력사에 대한 대금지급조건도 개선될 수 있도록 해당 대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이끌어낼 생각이다.

대중소기업 간에 공정한 거래가 정착되고 상생협력이 강화돼 중소기업의 경영이 개선되면 보다 높은 수준의 투자와 혁신을 통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당 기업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여건이 개선돼 가계살림에 큰 보탬이 된다. 특히 근로자 중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을 통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은 우리 경제의 총수요를 진작시켜 다시 기업의 판매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대기업들도 이러한 경제 메커니즘을 충분히 인식하고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 공정거래 질서 정착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해 스스로 보다 많이 노력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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