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바른 먹거리 기업'서 '트러블 메이커'로… 풀죽은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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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우


생수·건강식·청소용품 렌탈 등 돈되는 사업이면 모두 손댔지만

잇단 실패로 '돈먹는 하마' 전락… 핵심 풀무원식품마저 적자전환

美·日·中 해외사업도 성과 못내

콩값 하락에도 두부값 기습인상… 손실액 소비자에 전가 민심 잃어



연매출 1조원대의 대형 식품기업으로 성장한 풀무원이 진퇴양난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야심차게 진출한 해외에서도 연일 적자를 내며 악화일로다. 올 들어서는 기습적인 두부가격 인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류자회사의 화물차주 파업 사태까지 빚으면서 '바른 먹거리 기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식품업계의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0일 풀무원에 따르면 풀무원 25개 계열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98억원(-25.2%), 120억원(-76.2%)으로 곤두박질쳤다. 핵심 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은 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2년 만에 또다시 적자 전환했다. 2009년 남승우(사진) 풀무원 총괄사장은 2013년까지 해외 2조원과 국내 3조원을 합쳐 5조원대의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목표 달성은 요원한 실정이다.

풀무원이 내우외환에 휩싸인 것은 '돈 되는 사업이면 다 뛰어드는' 문어발식 사업확장 탓이 크다. 2004년 글로벌 1위 음료기업 네슬레와 제휴해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고 2008년에는 다국적 식품업체 다논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발효유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후 라면, 김치, 만두, 녹즙, 건강기능식품까지 선보이더니 최근에는 이마트를 통해 쌀까지 내놨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제품군이 많다는 오뚜기에 버금갈 정도다.

앞서 2012년에는 본업인 식품과는 무관한 청소용품 렌털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일본 청소전문업체 더스킨과 손잡고 풀무원더스킨이라는 합작사까지 세웠지만 사업 첫해부터 적자를 낸 뒤 3년 연속 자본잠식에 시달리고 있다.

남 사장의 야심작인 유기농식품 전문점 올가홀푸드도 골칫덩어리 신세가 됐다. 올가홀푸드는 2009년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한 뒤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적자 폭이 줄고 있다는 게 위안이지만 경쟁사인 초록마을이 4년 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승승장구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하지만 남 사장은 지난해 장남을 올가홀푸드 최대주주에

앉혀 풀무원 내부에서조차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순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올 들어서는 두부 제품 36종의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려 소비자의 비난을 샀다. 원재료값이 올라 가격을 인상했다는 설명이지만 최근 5년 동안 두부 원료인 백태 가격은 오히려 40% 하락했다.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장은 "지난해 풀무원은 상품 판매에 따른 매출총이익(573억원)보다 제품 마케팅을 위한 판매관리비(640억원)가 훨씬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경영을 잘못해놓고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일본·중국에 진출한 해외사업도 적자 투성이다. 재작년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하고 뛰어든 일본에서는 그해 7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2010년 베이징과 상하이에 법인까지 세운 중국에서도 매년 3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내고 울상이다. 미국에는 2011년 현지 식품업체 2곳을 인수하고 제조공장까지 세웠지만 줄곧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국내외 어느 한 곳 탈출구가 없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부, 콩나물 등 신선식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풀무원이 외형 성장을 추구하느라 무분별하게 시도한 사업들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이라며 "벌여놓은 사업이 많아 단기간에 적자를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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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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