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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의 영역서도 기계지성이 승리하나"...전세계인 술렁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이 9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 첫 라운드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하면서 바둑계는 물론이고 과학계, 산업계 등 사회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알파고가 기존의 다른 AI들보다 월등한 성능의 발전을 거듭해온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창의력을 한계점까지 시험하는 바둑에서까지 기계 두뇌가 인간 지성을 꺾었다는 점에서 세계인들의 쇼크가 컸다. 구글은 바둑 다음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예상을 깨고 이세돌 9단이 패하자 트위터를 통해 “승리!!!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팀이 자랑스럽다. 어메이징한 이세돌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불과 2시간 전만 해도 “극도로 긴장된다. 이세돌은 창조적인 공격 기술로 유명한 바둑 기사다. 알파고는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며 초조한 심경을 드러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 9단은 패배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며 “알파고 프로그램 개발자에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첫 대국에서 승기를 잡은 구글은 인공지능의 근간이 되는 머신러닝 발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프 딘 구글 브레인팀 수석연구원은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같은 보드게임과 달리 주어진 자신의 시각 말고 상대방의 게임 진행상황까지 이해해야 한다”면서 “(알파고에게) 바둑과는 또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구글의 기존 제품 성능을 개선할 뿐 아니라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도 가능해진다”며 “모두가 고민을 통해 헬스케어, 로보틱스 같은 선의의 영역으로 머신러닝을 활용해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국을 지켜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알파고의 실력이 놀라운 수준이다. 기계적인 계산을 통해 수를 두는 게 아니라 판세를 읽고 바둑의 본질을 이해하는 수준이 상당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외신들 역시 일제히 서울발 속보로 이 9단의 패배를 전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류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의 세계 챔피언에게 사상 처음으로 승리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인간과 인공지능간의 기념비적인 대결”이라고 소개하며 이 9단이 근소한 차이로 1국에서 프로그램에 패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이 9단의 패배가 결정되자 속보로 이 소식을 전했다. 신화통신은 “중국 보드 게임인 바둑의 인간 챔피언과 구글의 프로그램 사이의 세기의 대결에서 인간이 고배를 마셨다”고 전했다. 일본의 ‘네토라보’는 ‘구글의 바둑 소프트가 세계적인 기사에게 승리하는 역사적 순간을 10만명이 목격했다’는 제목의 속보를 전송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을 유튜브를 통해 지켜본 인원이 10만명 이상이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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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도 역사적 대국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대기업에서는 인터넷으로 경기를 관전하는 직원들이 몰려 데이터 접속이 늘어 기술 부서에서 “관전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돌리는 해프닝마저 있었다.

이날 첫 대국을 펼친 이 9단과 ‘알파고’의 한 판 승부는 시작부터 ‘난전(亂戰)’의 양상이었다. 승기를 잡기 위해 이 9단은 경기 초반부터 변칙 수로 교란작전을 펼쳤고, 알파고는 침착하게 응전하며 자신만의 공격을 펼쳐나갔다. 현역 바둑 최고수를 처음으로 상대한 알파고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공격에 공격을 이어가며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포털 사이트에서 경기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알파고의 수준이 상당하다. 마치 프로기사가 두는 것 같다”며 알파고의 실력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결국 난전 끝에 알파고는 이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중국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중국 스마트폰업체인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은 웨이보를 통해 “컴퓨터와 세계 고수의 대국은 승패와 관계 없이 인공지능에 이정표가 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대국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면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부터 15일까지 총 5판의 대국이 열리는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병권·김지영·연유진기자 jikim@sed.co.kr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 마련된 대국장에서 이세돌(오른쪽) 9단과 아마 황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이 대국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알파고가 손이 없는 인공지능인만큼 아마 황 연구원이 알파고의 대역을 맡았다. /사진제공=구글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 마련된 대국장에서 이세돌(오른쪽) 9단과 아마 황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이 대국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알파고가 손이 없는 인공지능인만큼 아마 황 연구원이 알파고의 대역을 맡았다. /사진제공=구글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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