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토요 Watch] 런던 연극·뉴욕 오페라… 서울서 스크린으로 즐긴다

햄릿·빈필음악회 등 해외유명작, 공연실황 비디오로 찍어 영상화

객석·국경 등 공간적 한계 극복… 첨단장비로 생생한 현장감 살려

가격도 저렴해 마니아층서 인기… 국내작품은 수요 적어 시기상조


지난 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00여개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은 영국 출신 인기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오는 연극 '햄릿'을 관람하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뇌에 빠진 햄릿이 대사를 읊조릴 때마다 객석에서는 '아'하는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배우의 숨소리, 얼굴에 맺힌 땀조차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 무대에는 비밀이 있다. 바로 무대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 공연이 아닌 연극 공연 실황을 비디오로 찍어 만든 영상이라는 것이다. 녹화 당시 객석에서 울려 퍼진 기침 소리까지도 공연 일부가 되는 영국 국립극장의 공연 실황 상영 프로그램 '엔티 라이브(NT Live·이하 NT 라이브)'다.

무대예술 장르의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해 영화처럼 상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정 공연장, 한정된 객석, 국경 등 공간적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첨단장비로 공연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에서 공연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다만 관람 수요가 큰 해외 유명 극장·공연단체와 달리 국내 공연계는 여전히 고정 관객 확대가 중요한 과제인 만큼 국내 오페라나 무용, 뮤지컬·연극을 영상화해 일반 상영관에서 공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국립극장은 2014년 3월부터 NT 라이브라는 공연 실황 상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NT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이 연극계 화제작을 촬영해 전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 생중계 또는 앙코르 상영하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국립극장이 최초로 이를 도입해 '워 호스' '코리올라누스' '리어왕' '프랑켄슈타인'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등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해외 우수작을 1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즐길 수 있는데다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과 세밀한 움직임을 고화질 영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매번 일찌감치 표가 팔려나간다.

국립극장은 "올해는 햄릿과 톰 히들스턴 주연의 코리올라누스 두 편을 교차 상영했는데 두 편 다 반응이 뜨거웠다"며 "햄릿은 전 회차 매진, 코리올라누스는 96%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영화관을 중심으로 대형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의 실황 상영도 늘어나고 있다.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는 이들 공연이 무대에 자주 오르기 어려운데다 공연 편수도 적다. 오페라·클래식 애호가에게는 내한이 아니라면 만나기 어려운 명작을 접근성 좋은 영화관에서 저렴하게 즐길 기회다. 메가박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빈 필 신년 음악회를 극장 생중계한 뒤 매년 코엑스·센트럴·목동·신촌·킨텍스·분당·대구·해운대 등 주요 거점 상영관에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유로파 콘서트, 빈 필 여름 음악회 등을 중계하며 화제를 모았다. 올 1월1일에는 오후7시(한국시각) 빈 필 신년 음악회를 생중계로 선보였고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2일까지는 2015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상영했다. 상영관의 디지털화에 힘입은 선명한 화질은 물론, 현장의 생생한 음질도 비교적 잘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코엑스·목동·영통 지점에는 뉴욕 카네기홀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유명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마이어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해 음향 품질을 높였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현지에서도 감상하기 힘든 공연을 국내에서 합리적으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어 관객들의 반응이 좋고 재관람률도 높은 편"이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경우 시즌의 모든 공연을 관람하는 마니아들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도 매주 토요일 세계 명작 오페라와 발레시리즈를 정기 상영하며 파리국립오페라&영국국립오페라의 주요 작품을 2만원대에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공연의 영상화는 관객 수 감소로 고민하던 뉴욕 메트가 2006년 처음 시작, 수익 창출에 성공한 뒤 해외 유수의 공연단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수익 모델을 고민하던 영화 극장 사업자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데다 영화관의 디지털화까지 더해지며 이 같은 '이벤트 시네마(오페라, 발레, 연극, 스포츠 경기 등을 영화관에서 생중계 또는 앙코르 중계하는 방식)'는 눈에 띄게 성장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이벤트 시네마가 2014년 벌어들인 전 세계 총 수익은 2억7,720만달러에 달한다. 오는 2019년에는 시장 규모가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시장의 경우 해외 공연의 상영은 활발하지만 국내 공연의 영상 작업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페라나 발레·연극 등 무대 예술 관객층이 상대적으로 얇은 상황에서 영상화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이 불투명하고 오히려 관객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이유 탓에 국내 공연의 영상화는 도서 지역 주민·군부대 등 공연 관람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을 위한 용도로 제작·진행되고 있다. 예술의전당의 '삭온스크린(SAC on Screen)'이 대표적이다.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공연된 우수 공연·전시 콘텐츠를 영상으로 제작, 무료로 상영하는 삭온스크린은 다양한 각도에서 10대 이상의 카메라로 촬영된 초고화질 영상을 생동감 있게 편집해 아티스트의 생생한 표정과 몸짓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또 무대 구석구석과 흥미로운 작품의 뒷이야기, 제작진과 출연진의 코멘터리까지 수록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누적 상영 횟수(2015년 말 기준)는 510회로 총 8만4,144명이 관람했다.

예술의전당의 한 관계자는 "삭온스크린은 메트 오페라나 영국 국립극장의 영상화 사업과는 다른 결로 시작한 사업"이라며 "향후 일반 대중으로 상영 대상을 확대해 상업화하는 방안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예산을 비롯한 제작 여건을 비롯할 때 당장 고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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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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