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미쉐린 가이드

2012년 미국 뉴욕의 한식당 '단지(Danji)'가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 별 하나짜리 식당으로 올랐다. 미식가들의 바이블인 미쉐린 가이드와 우리 음식과의 첫 인연이다. 당시 "드디어 한국식당이 미쉐린 스타(star)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한풀이라도 한듯 모두 반겼던 기억이 새롭다. 한식이 스시 등 일본 음식에 밀려 주목받지 못한 때라 기쁨이 남달랐지 싶다.

이후 해외 한식당 가운데 미쉐린 별을 받는 곳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뉴욕의 정식당, 샌프란시스코의 베누, 일본 도쿄의 윤가 등이다. 지난달 5일 나온 프랑스판에서는 리옹의 한식 레스토랑 '르 파스탕'이 별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미쉐린 가이드의 본고장에서 별을 단 첫 한국음식점이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를 내는 곳은 요식업과는 거리가 먼 프랑스 타이어그룹 미쉐린이다. 애초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로 1900년 선보였다.

타이어가게나 타이어 교체법에다 주유소·숙박업소 위치 등도 함께 실었다고 한다. 그러다 1926년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호텔에 별을 붙여 소개하면서 맛집 가이드로 진화했다. 식당에까지 별 1~3개 주는 지금의 방식이 정착된 것은 1933년께다. 운전과 맛집이 궁합이 맞는 것은 프랑스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국내 맛집 중에 기사식당이 많이 손꼽히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현재 미쉐린 가이드는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레드, 여행 정보를 담은 그린 등 두 종류다. 5년 전 그린 편이 나온 데 이어 올해 안에 레드도 국내에 나올 모양이다. 최근 미쉐린그룹이 빠르면 11월 레드가이드 서울판을 낼 계획을 밝혔다. 아시아에서 네 번째, 세계 27번째다. 발간 배경이 "한류 확산으로 한식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란다. 한류 열풍이 콧대 높은 미쉐린까지 움직였다니 왠지 뿌듯하기도 하다. K푸드가 전 세계를 파고들 날도 머지않았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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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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