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호재? 악재?

인종 차별 항의 시위·유세 단상 괴한 난입·찬반론자 폭력 사태

공화 후보들 "분열 조장" 맹공

미니 슈퍼 화요일서 반전 노려

저소득 백인표 등 결집 분석도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장이 폭력과 시위·중단 등 각종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의 2차 분수령인 15일(이하 현지시간) '미니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하이오와 미주리주에서는 히스패닉·무슬림·이민자에 대한 막말을 일삼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항의 시위로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오하이오주 데이턴 공항에서는 트럼프가 유세를 하고 있는 단상으로 한 괴한이 돌진하려다 경찰과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체포됐고 연설이 2분 정도 중단됐다. 오후 클리블랜드 유세에도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다가 끌려나갔다.

저녁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는 '인종차별주의를 추방하라' 등의 피켓을 든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바람이 연설이 20분 가까이 중단됐다. 전날 시카고 유세장에서도 트럼프 지지자와 히스패닉 등을 중심으로 한 시위자들 간 충돌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세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인종주의에 대한 히스패닉·흑인 등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앞으로도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 사태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 의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 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공화당 후보들은 "분노와 분열·폭력을 조장한 트럼프의 책임"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반(反)트럼프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루비오 의원은 "제3세계 독재자를 연상시킨다"며 트럼프가 대선 주자가 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의 대선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시켜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 인종들의 항의 시위가 오히려 저소득·저학력 백인 표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해 트럼프에게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본선 맞대결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를 공격할 호기로 삼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는 추하고 분열적이며 폭력과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며 "성냥을 갖고 놀다가 불을 낼 수도 있는데 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정치적 방화"라고 맹비난했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 의원도 "트럼프의 막말이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마저 사실상 트럼프를 겨냥해 "모욕과 조롱, 사실 조작, 편가르기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는 시위대들을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시위꾼들" "우리 공산주의자 친구인 샌더스의 사람들"이라며 조롱하며 예정된 유세 일정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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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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