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썸타는 영화&경제] (23) ‘소셜 네트워크’ & 페이스북과 저커버그

현실의 저커버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의 출발 동기가 여자친구 교제와 관련이 있는 듯 그려진 영화의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출처=네이버영화현실의 저커버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의 출발 동기가 여자친구 교제와 관련이 있는 듯 그려진 영화의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출처=네이버영화




#“넌 좋은 여자는 만나지 못할 거야”


“넌 컴퓨터는 성공할지는 몰라도 좋은 여자는 만나지 못할 거야.”(여) “괴짜라서?”(남) “아니, 재수 없는 새끼라서.”(여)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도입부에서 여자와 남자가 갈라서면서 나눈 대화다. 남자는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이고 여자는 에리카(루니 마라). 여자에게 차인 것에 격분한 저커버그는 화풀이 술을 마시면서 몇 시간 만에 ‘페이스매쉬’라는 웹사이트를 뚝딱 만든다. 하버드대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교해 승자를 가리는 일종의 섹시 콘테스트 사이트다. ‘페이스매쉬’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여기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여친에 대한 화풀이가 페이스북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영화 속 저커버그는 자신에 대한 두가지 소송에 상당히 뻣뻣하게 맞선다.  /출처=네이버영화영화 속 저커버그는 자신에 대한 두가지 소송에 상당히 뻣뻣하게 맞선다. /출처=네이버영화


#“남의 아이디어로 페이스북 개발” 소송

페이스북 태동기부터 2007년까지를 다룬 이 영화는 두 개의 소송을 기둥 삼아 스토리가 전개된다. 첫 소송은 쌍둥이 형제 윙클보스(아미 해머)에 의한 것.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의 초창기 모습은 자신들이 만든 하버드 대학의 SNS인 ‘하버드 커넥션’을 본떴으며, 한때 개발 작업에 참여했던 저커버그가 그 아이디어와 유사한 ‘더 페이스북’을 먼저 서비스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송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이자 저커버그의 친구인 왈도 세브린(앤드류 가필드)이 제기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의 지분 34.4%에서 0.03%로 줄어들고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까지 내쳐진 세브린은 이에 격분해, 저커버그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신을 페이스북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건다.

세브린(오른쪽)은 한때 저커버그의 절친이었으나, 자신의 지분이 대폭 줄어든채 페이스북에서 쫓겨나자 소송을 걸었다. /출처=네이버영화세브린(오른쪽)은 한때 저커버그의 절친이었으나, 자신의 지분이 대폭 줄어든채 페이스북에서 쫓겨나자 소송을 걸었다. /출처=네이버영화


#소송에서 뻣뻣하게 맞서는 저커버그


영화에서 저커버그는 두 소송에 뻣뻣하게 맞선다. 특히 윙클보스의 소송에 대해서는 “멋진 의자를 만들었다고 의자 개발자한테 빚진 건 아니지 않냐. 내 아이디어가 좋았다”면서 강하게 반발한다. 세브린의 소송과 관련해서도 저커버그는 “난 나쁜 놈이 아녜요”라고 변호사에게 항변한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 자막에서 밝혔듯이 윙클보스 형제와 세브린은 모두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 저커버그가 잘못한 부분도 있었음이 법률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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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모든 영화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저커버그도 ‘소셜 네트워크’의 내용에 이렇게 반박했다. “많은 부분이 허구이고요. 영화 제작자들조차도 그렇게 말할 겁니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다고요. 이건 저의 삶이기 때문에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는 걸 제가 압니다.” 이런 말도 했다. “영화가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은 페이스북을 만들려는 동기가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거나 사교클럽에 가입하고 싶다든지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듯 그려진 거예요. 그것은 실제의 동기를 완전히 놓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저커버그는 무려 54조원에 이르는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놀라운 선행을 발표했다. /출처=네이버영화그러나 현실의 저커버그는 무려 54조원에 이르는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놀라운 선행을 발표했다. /출처=네이버영화


#“페이스북 지분 99% 생전에 기부” 발표

그렇다. 실제의 저커버그는 영화 속 까칠한 인물과는 판이하다. 최근엔 저커버그가 딸 맥스를 출산하면서 보유 중인 페이스북 지분 중 99%를 살아있을 때 기부하겠다고 밝혀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기부금액은 무려 471억 달러로, 우리 돈으론 54조 원에 이른다. 범상한 인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수 없는 선행이다. 저커버그는 이 돈을 맞춤형 학습, 질병 치료, 강력한 공동체 만들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다. 저커버그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3,000만 원대 폴크스바겐 골프이고, 즐겨 입는 옷은 회색 티셔츠와 모자 달린 후드 재킷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갑부에게서는 보기 드문 수수한 옷차림에 소박한 씀씀이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훈훈한 인간미마저 느껴진다.

저커버그는 평소 회색 티셔츠와 모자달린 후드 재킷을 즐겨 입는 등 라이프 스타일이 소탈한 편이다.  /출처=네이버영화저커버그는 평소 회색 티셔츠와 모자달린 후드 재킷을 즐겨 입는 등 라이프 스타일이 소탈한 편이다. /출처=네이버영화


#페이스북 세력 확장속도 빨라져

2016년 현재 저커버그의 활약도 그렇지만 페이스북의 성장세는 대단하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10억 명의 사용인구를 돌파한 여세를 몰아 한국에서도 오는 4월부터 ‘인스턴트 아티클’을 전 언론사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과도하게 쏠리는 힘과 페이스북 중독에 대한 걱정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엔 북한이 페이스북을 첩보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듯 페이스북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놀라운 선행을 보여준 저커버그이지만, 그와 페이스북에 대한 최종평가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출처=네이버영화놀라운 선행을 보여준 저커버그이지만, 그와 페이스북에 대한 최종평가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저커버그에 대한 평가 계속 진행 중

저커버그도 양면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저커버그는 혁신과 사업의 성공을 위해 타인의 아이디어나 권익까지 자신의 것으로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인류의 발전과 공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을 수도 있는 넉넉함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페이스북과 저커버그에 대한 최종평가는 여전히 진행형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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