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월가 사냥꾼 '위안화 환율전쟁' 1R 완패

中 당국 시장 직접 개입에 약세 베팅했던 헤지펀드 5억달러 손실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던 월가 사냥꾼들이 중국 당국과의 환율전쟁에서 5억6,000만달러(약 6,700억원)가 넘는 손실을 입고 상처투성이 패배자로 전락했다. 연초 헤지펀드의 위안화 매도 공세에 금융시장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 당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시장개입에 나서 헤지펀드와의 환율전쟁 1라운드를 승리로 이끈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헤지펀드와 투기세력들이 지난해 8월11일 중국 당국의 급격한 위안화 절하 이후 위안화 추가 약세에 베팅했지만 위안화 가치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가 최근 달러 대비 6.6위안 이상을 유지함에 따라 지난해 8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6위안보다 떨어지면 수익을 낼 수 있는 5억6,200만달러(약 6,700억원)의 옵션이 휴지 조각이 됐다. 특히 위안화의 안정세가 계속될 경우 헤지펀드들은 3개월 내에 추가로 8억700만달러(약 9,600억원)의 손실을 더 보게 될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으로 최근 위안화 가치는 연초 대비 1.6% 오른 6.5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를 4개월 만에 최대 절상 폭인 0.34% 끌어올려 달러당 6.4913위안으로 고시했다. 14일에는 위안화 가치를 소폭(0.01%) 낮추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연초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중국 금융당국과 설전을 벌였던 조지 소로스 등 거물급 헤지펀드들은 체면을 구겼다. 위안화 약세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큰 수익을 냈던 카일 바스와 대표적인 공매도 투자자 데이비드 아인혼, 빌 애크먼 등 헤지펀드의 거물들이 대거 합류했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노츠스터키의 힐미 언버 대안투자부문장은 "위안화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원하는 중국은 투기세력이 위안화의 방향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며 "거대한 경제와 정책당국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헤지펀드들은 최근 손실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약세 베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 세그라캐피털의 헤지펀드 매니저 아담 로드먼은 "위안화 약세에 베팅한 투자 규모를 아직 축소하지는 않았다"면서 "위안화가 향후 18개월간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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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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