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기 CEO가 늙어간다] 사업 후계자 못찾아 문닫는 우량기업 없게 상속세 유예·사업승계 융자 등 다양한 지원

CEO 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 보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늙어가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 발생하는 문제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대거 창업에 뛰어든 기성세대가 은퇴 연령에 도달했지만 회사를 이어갈 후계자를 찾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본 조사 업체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지난달 29일 특별기획으로 내놓은 '2016년 후계자 문제에 대한 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28만9,827개 업체 가운데 후계자가 없는 곳이 66.1%인 19만1,713개에 달했다. 특히 이 중 60세 이상 기업인의 50%는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도 후계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전국 일본 기업의 경영자 가운데 51.9%가 60세 이상이며 평균 연령도 59.2세로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노와 요스케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정보부 연구원은 이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업 사장들의 고령화와 사업승계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내 기업의 3분의2에 해당하는 66.1%가 후계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추진과 완만한 폐업이 하나의 트렌드가 돼가고 있지만 M&A를 선택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부득이 폐업이나 도산으로 이어지는 기업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후계자 선정에 대한 트렌드는 지난 4년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 승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의 중소기업과 비상장기업의 경우 상속인이 의결권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상속할 때 과세표준의 80%에 해당하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유예해주는 제도가 있다. 세제지원 외에도 사업승계 시 필요한 주식과 사업용 자산 등의 매입자금이나 운전자금 지원 등의

사업승계 융자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중소기업 CEO 노화 리스크에 직면한 일본은 나름 가업승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놓았지만 여전히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가업승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일본과 비슷하지만 피상속인이 10년 동안 가업을 계속 경영해야 하는데다 상속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등 사전에 상속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실질적으로 세제혜택을 받기 어렵다. 자칫 기업 내에서 상속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경우 기업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그나마 중소기업의 후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세제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는 일본에서 상당수 기업들이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남 일처럼 볼 게 아니다"라며 "후계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후계자가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전문경영인 풀과 이들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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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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