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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날인 지난 14일 32만명의 고객이 1,095억원을 맡긴 가운데 은행에만 31만명이 몰려 증권사와의 유치전에서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은행의 촘촘한 영업망이 신규 상품 판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은행 유치 고객의 1인당 가입액이 증권사의 10분의1에 그친 탓에 허수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32만2,990명이 ISA에 가입했으며 총 1,095억원을 맡긴 것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은행 13곳, 증권사 19곳, 생명보험사 1곳 등 총 33개 금융사가 전국 지점을 통해 판매한 것을 집계한 수치다.
가입 기관별로는 은행이 31만2,464명(96.7%)을 유치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증권사는 1만470명, 생보사는 56명에 그쳤다. 시장 관계자는 "은행 지점 수는 증권사의 6배에 달한다"며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한 은행에 가입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별 유치금액을 보면 은행이 802억원, 증권사가 293억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증권사를 통한 가입자들이 고액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업권별 1인당 ISA 가입 금액을 살펴보면 증권사는 279만8,471원으로 25만6,669원에 그친 은행권 대비 10배 이상 많았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신탁담당자는 "은행의 예금 신탁 상품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이 1만원인 반면 증권사 일임형 상품은 그보다 몇 배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듯하다"며 "계좌만 미리 개설해놓고 추후 상품을 골라 넣으려는 수요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30만명이 넘는 은행 ISA 고객의 계좌당 잔액이 증권사 대비 10분의1에도 못 미쳐 실적 경쟁에 쫓긴 은행권에서 '깡통계좌'를 남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ISA 가입자 유치 총력전을 벌였으며 몇몇 은행은 직원들에게 1인당 ISA 100좌 이상을 유치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은행원들은 사전 가입자 예상 리스트를 만들어 내부 전산망에 올렸으며 핵심성과지표(KPI) 산정에 자행 직원이 만든 ISA는 포함되지 않아 은행원 간 ISA 물물교환 사례도 흔했다. 영업이 한계에 부딪힌 은행원이 본인 사재를 털어 지인 명의로 1만원짜리 ISA 수십 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금융 당국 수장들은 금융회사 창구를 잇달아 방문해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고 국민의 재산 증식 취지를 살려달라고 당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영업점을 방문해 일임형 ISA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신탁형 ISA에 각각 가입했다. /양철민·박민주기자 chop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