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새누리의 착각과 오판

친박·비박 내홍 본격 수면 위로 180석 커녕 과반도 낙관 어려워

'多與多野 구도' 승부는 이제부터


"여당은 자만해서 망하고 야당은 분열해서 망한다. 어느 측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느냐가 무엇보다 승부의 핵심이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이 다음 해 4월 총선서 최대 200석 이상을 거둘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올 때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을 만나 들은 얘기다. 당시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으며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임박한 상태였다. 당연히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과반 승리는 물론 개헌의석 확보까지 무난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이 예상대로 국민의당은 1월 출범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가 지난 현시점까지 이 구도에는 별다른 변화 조짐이 없어 보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당(黨) 대 당 통합'은 이미 물 건너갔으며 수도권 연대도 없던 일로 돼가는 분위기다. 야권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뒀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당 차원에서 선거연대는 여의치 않다"며 당무에 복귀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서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여야 간의 지지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것도 있지만 공천 진행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은 새누리의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간의 대립과 갈등이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7차 공천 결과는 잠복해 있던 당내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표적으로 비박계의 맏형인 5선의 이재오 의원과 친박계의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동시 낙천하는 것과 함께 진영·조해진 등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언론은 '공천 학살'이라고까지 평가했다. 양 계파에 두루 속하는 8명의 현역의원이 교체돼 공천관리위원회가 내건 '대대적 물갈이'와 '문제 인사 교체'라는 명분을 살렸다. 그렇지만 내용적으로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대립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웠던 인사들이 대거 낙천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분란의 핵인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는 막판까지 계속 보류되고 있다. 여기에 김무성 대표가 16일 "공천심사가 국민공천제에 어긋난다"며 전날 공관위의 결정의 상당수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도 주호영 의원의 공천 재심요청을 반려하면서 공천결과가 당헌 당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정면 반발했다. 양측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태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김 대표의 더민주가 비교적 잡음을 줄여가며 공천을 마무리한 반면 새누리당은 선거일을 목전에 두고 내부갈등을 증폭시켰으며 앞으로 확대될 소지도 큰 셈이다.

지난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지금 비박계의 뿌리에 해당하는 친이명박계가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주도했다. 그럼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연대는 전국적으로 14석이나 당선시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것이 자양분이 돼 바로 직전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살아남아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하게 된다.

낙천한 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소속연대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그만큼 새누리의 이번 공천에 대해서 내부 반발이 크고 또 개인별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까지 섰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새누리당이 세운 180석 목표는커녕 과반 승리도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지층들은 이제 총선이 일여다야가 아닌 다여다야(多與多野)의 다자 구도라고 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의 득표 전망의 합은 많게는 수백 퍼센트(%)가 나올 정도로 항상 100%를 훌쩍 넘는다. 또 선거에 한 번이라도 나서본 사람들은 절대 거저 이기는 선거는 없다고 한다. 확실히 선거 판세로 보면 새누리당은 도로 원점에 섰으나 당내 분열과 내부싸움으로 이를 제대로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온종훈 논설위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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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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