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경제 살리자" 英, 법인세 깎는다

소득세 등 투자 억제稅 대폭 줄여 낙수효과 유도

글로벌 침체 불똥 우려, 파격적 감세 예산안 발표

설탕세 도입 재정 충당… "부유층 유리" 野 반발


경기침체 우려에 직면한 영국 정부가 나라 곳간을 활짝 열어 경제살리기에 나선다. 법인세·자본이득세·소득세 등 투자나 지출을 억제하는 세금을 대폭 줄이고 개인자산 형성을 돕는 저축상품의 혜택을 확대한다. 감세로 '낙수효과'를 일으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에 불리한 정책이라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2016~2017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을 보면 현행 20%인 법인세율은 오는 2020년 4월까지 17%로 인하된다. 법인세 인하계획이 현실화되면 영국 법인세율은 주요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다. 세수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자국 기업의 부담을 덜고 외국 기업 유치를 촉진해 성장속도를 회복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영국이 이처럼 파격적인 감세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비교적 순항하던 영국 경제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재무부는 예산안 발표에 앞서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오즈번 장관은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은 불안하고 생산성 증가속도도 너무 낮다"면서 "이번 예산안은 이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즈번 장관은 "법인세는 가장 왜곡되고 생산성이 낮은 세금"이라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이 목표로 하는 17%의 법인세율은 미국 연방정부의 법인세율 35%나 주 정부 세금까지 포함한 실효 법인세율 4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오즈번 장관은 다만 다국적기업들이 법인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악용하는 사각지대를 없애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창업기업의 세 부담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본이득세는 현행 28%에서 20%로, 부동산양도차익 세율은 18%에서 10%로 인하된다. 또 국제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해 유전업체들을 대상으로 석유매출 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개인소득세에 대해서는 2017~2018회계연도부터 최고세율(40%) 구간을 현행 4만2,385파운드에서 4만5,000파운드로 높여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비과세 인적공제도 1만1,000파운드에서 1만1,500파운드로 올리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연간 한도를 1만5,000파운드에서 2만파운드로 상향하고 40세 이하를 대상으로 새로운 생애 ISA를 도입해 가계의 재산형성을 돕는 저축촉진 대책도 예산안에 포함했다.

다만 줄어든 세수는 '설탕세'를 도입하고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메울 방침이다. 오즈번 장관은 설탕세 도입시점을 2년 안으로 잡았지만 세율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즈번 장관은 설탕세 도입으로 5억2,000만파운드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돈을 스포츠 등 중고등학교의 방과후 과정을 운영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출삭감은 공공 부문 근로자의 연금 지출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35억달러가량을 절약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오즈번 장관은 "이번 감세조치에도 2020년까지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정부 예산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이번 예산안은 저소득층에게서 돈을 걷어 부유층을 돕겠다는 뜻에 다름아니다"라면서 "5년 내 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달성 불가능한 공(空)약"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감세조치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주장하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오즈번 장관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뤄진 이번 의회 연설에서 예산안보다 EU 잔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평가했다. 오즈번 장관은 예산안 관련 연설에서 "영국은 EU 내에서 더 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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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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