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룰라 前 대통령, 검은 커넥션?

호세프, 수석 장관에 룰라 지명… '탄핵 위기 모면·면책특권' 포석

룰라 부패수사 판사, 감청 공개… "은밀한 거래 있었다" 논란 촉발

수만명 시민, 퇴진 재촉구 시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정계에 돌아왔다.

브라질 대통령궁은 16일 (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을 호세프 대통령이 수석장관에 지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부터 8년간 대통령을 지낸 룰라가 5년여 만에 정계에 공식 복귀한 것이다. 수석장관은 룰라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에 호세프가 맡은 바 있는 요직으로 행정부처를 총괄하며 의회 및 시민사회와 주요 이슈를 조정·중재하는 업무를 맡는다.

브라질 현지 언론과 외신은 일제히 룰라 카드와 관련해 탄핵 위기에 몰린 호세프 대통령이 정치력이 뛰어난 룰라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사법당국의 부패 수사에 직면한 룰라를 구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했다. 브라질 연방정부 각료는 주 검찰의 수사나 지역 연방법원 판사의 재판에서 면책되는데 룰라는 현재 한 지역 연방법원에 의해 브라질 최대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 비리와 연관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룰라는 22일 수석장관 취임과 함께 그동안 연립정권 참여 정당 등의 불만을 사온 주요 부처 각료를 교체하고 경제정책을 성장 위주로 전면 수정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립정권의 한 축인 민주운동당(PMDB) 지도부도 룰라 복귀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룰라의 부패 수사를 지휘해온 지역 연방법원 판사가 룰라와 호세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를 감청한 자료를 공개하며 둘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었음을 주장해 상파울루 등지에서 시민 수만명이 호세프와 룰라의 퇴진을 재촉구하고 나서 정국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더욱이 추락 중인 브라질 경제는 룰라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 전망 일색이다. 당장 알레샨드리 톰비니 중앙은행 총재가 룰라의 복귀로 경제정책이 크게 흔들릴 경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앞서 룰라의 복귀 소문이 돌면서 최근 이틀간 헤알화 가치는 5% 가까이 폭락하고 브라질증시의 보베스파지수 역시 4%가량 급락했다. 룰라 지명 소식에 16일 헤알화 가치는 장중 2% 가까이 추가 하락하고 증시도 1% 넘게 떨어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훈풍으로 겨우 반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룰라의 성장 위주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했지만 지금은 대규모 공공부채와 높은 실업률 등 경제상황이 당시와 완전히 달라 룰라식 경제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연금개혁 등 재정건전성을 높일 정책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룰라가 속한 집권 노동자당(PT)은 외환보유액 중 1,200억달러를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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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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