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우간다보다 못하다던 한국 금융, IMF 평가선 세계 6위라니…

아리송한 한국 금융의 현주소

"하드웨어 좋지만 日·홍콩 앞지를 정도는 아닌데…"

작년 WEF 지수는 87위… 잣대마다 천차만별

"순위 연연하지 말고 금융산업 변화 주시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금융발전 수준이 일본·홍콩 등 아시아 경쟁국들을 제친 세계 6위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지수 발표에서 우리나라 금융은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비교 잣대에 따라 순위가 오락가락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금융 하드웨어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이나 홍콩 같은 글로벌 금융 허브를 앞지를 정도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7일 한국은행은 지난 1월 발간된 IMF의 '새로운 금융발전지수 소개(Introducing a New Broad-based Index of Financial Development)' 연구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금융발전지수가 0.854로 조사 대상 183개국 중에서 6위라고 분석했다. IMF의 금융발전지수는 0부터 1 사이의 숫자로 표시되는데 1에 가까울수록 금융발전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IMF가 평가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주소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신흥국 평균(0.328)뿐 아니라 선진국 평균(0.718)도 웃돌았다. 부문별로 보면 금융시장 발전지수는 0.902로 선진국 평균(0.640)을 크게 웃돌았다. 개별 금융기관의 발전지수도 0.789로 선진국 평균(0.783)을 앞섰다.

세계 1위는 스위스(0.951)였으며 이어 2위는 호주(0.890), 3위는 영국(0.882), 4위는 미국(0.877), 5위는 스페인(0.860)이었다. 한국에 이어 7위는 캐나다(0.847), 공동 8위는 일본(0.827)과 홍콩(0.827), 10위는 이탈리아(0.785)였다. 아시아 금융 허브인 일본, 홍콩, 싱가포르(16위) 등은 우리나라보다 점수가 낮았다. 중국(0.572)은 세계 33위, 우간다(0.096)는 160위로 나타났다.

이 같은 IMF의 평가는 우간다 논란을 촉발했던 WEF의 분석과 대조적이다. 매년 기업인 설문조사를 통해 국가경쟁력지수를 발표하는 WEF가 지난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준 점수는 7점 만점에 3.6점에 불과했다. 순위는 우간다(81위)나 부탄(86위) 등 대표적 저개발 국가보다 낮은 87위였다. 특히 은행 대출 이용성(119위), 은행 건전성(113위)은 비교 대상 140개국 중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당시 '우간다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거쳐 금융개혁의 드라이브로 이어졌다.

이승환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장은 "WEF 금융시장 발전지수는 기업인들의 주관적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돼 국가 간 비교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순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IMF가 새로운 지표를 개발한 것도 국가별 차이를 객관성 높은 숫자로 비교하기 위해서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두 기관의 점수가 극과 극으로 다른 것은 평가 대상의 차이 때문이다. IMF는 하드웨어인 금융 시스템을 평가한다. 자연히 금융혁신이나 서비스의 다양성 등 정성적 평가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반면 WEF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측정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금융 하드웨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일지 몰라도 전반적인 금융산업 수준은 일본·홍콩·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뒤진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과대평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송금, 인터넷뱅킹 등 금융 서비스의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금융 발전도는 세계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며 "다만 금융을 산업으로 육성하는 미국·스위스·싱가포르 등에 비하면 금융상품의 다변화나 수익성에는 뒤질 수밖에 없다. 등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금융시장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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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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