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기준금리 동결] 금리인상 땐 경기회복 자신 못해… '대공황 트라우마' 빠진 연준

제조업·수출 부진 늪… 살아나던 소비도 이상조짐

신흥국 경제 타격·글로벌시장 불안 역풍도 고려

"섣부른 경기판단이 화 부를라" 금리인상 속도조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안개 낀 밤에 절벽 위 도로를 달리는 중입니다. 천천히 가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킴 쇼엔홀츠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는 16일(현지시간)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두 차례로 제한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데 대해 "연준이 무시무시하게 불확실한 길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처럼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더 비둘기적 신호를 내놓은 것은 한마디로 미 경제 회복세를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주택 등은 호조를 보이지만 제조업·수출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또 2월 소매판매가 감소하는 등 그동안 회복되던 소비마저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유럽, 일본, 주요 신흥국 등이 경기둔화 위협에 시달리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 지속,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 금융시장 혼란 등 해외 위협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준으로서는 시장의 기대를 깨고 긴축 속도를 올렸다가는 신흥국 경제 타격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에 미 경제마저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는 셈이다.

◇지지부진한 미국 경제 회복세=이날 뉴욕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개장 전 발표된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자 연준이 금리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2월 근원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2.3%를 기록하며 2012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 경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낙관론을 펼치면서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불안에 기존 예상보다는 다소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2.4%에서 2.2%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 예상치도 2.2%에서 2.1%로 내렸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도 기존의 1.6%에서 1.2%로 낮아졌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2014년 말 이후 에너지 가격 하락과 달러 강세가 소비자 가격에 하락 압력을 주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경기둔화, 달러 강세 등의 여파로 미 제조업과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2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계절 조정치) 하락하며 시장 전망치인 0.3% 감소보다 부진했다. 해외 국가들의 경제성장 전망이 예전보다 나빠지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생산이 둔화하면서 기업 투자와 수출이 부진하다는 게 옐런 의장의 설명이다.

◇연준, '대공황 트라우마' 반복할라=1937년 마리너 에클스 당시 연준 의장은 대공황에 빠졌던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시중에 풀었던 유동성 회수를 위해 지급준비율을 서둘러 세 차례 연속 올렸다. 결과는 대공황 재연과 금융시장 붕괴였다. 이는 연준 통화정책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연준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자 한 달도 되지 않아 증시 급락 등 국제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한 미 경제 회복세와 맞물려 연준이 이른바 '대공황 트라우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로 몰린 셈이다. 특히 시장 전망과 정반대로 통화정책을 펼 경우 파장은 더 커질 게 뻔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FOMC 이전에 이코노미스트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해 연준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도 금리인상 속도를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낮춰 금융시장불안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준이 일러야 오는 6월에야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의 연준 전문 기자인 존 힐센래스는 "옐런 의장은 미 경제가 여전히 취약한 마당에 금리인상으로 실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연준이 느리게 움직이면서 고용시장이 해외 위험에도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짐 오 설리번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위원들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4월 인상 가능성은 분명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JP모건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여름이 되면 다시 하락할 것"이라며 금리인상 시기를 기존의 9월에서 12월로 연기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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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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