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공천파동과 반기문, 그리고 김종인

새누리, 확실한 친박당으로 변모… 김무성 버리고 반기문 영입 유력

朴 대통령, 퇴임후까지 계산한듯

친노, 중도표 위해 이해찬 탈락 감수… 김종인 '킹' 노린다는 해석 많아



새누리당 공천은 결국 예상했던 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의도대로 마감하는 모양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해 '혹시나'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역시나'로 끝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4·13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을 확실한 친박당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한 일간지에서는 지난 16일까지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지역구 후보 149명의 성향을 조사한 결과 58%인 87명이 친박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비례 후보까지 친박 성향 인물로 하면 총선 후 새누리당은 확실한 친박당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차기 대선과 퇴임 이후까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에 친박계를 제외하면 영향력 있는 뚜렷한 계파조차 없는 상태다. 보통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들어가면 차기 유력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모여 세를 형성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거꾸로 그런 경향이 약화하고 있다.

우선 친박이 현재 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김무성 대표를 대선 후보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친박의 비토가 없더라도 김무성 대표는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무기력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비박 사이에서도 지도력을 잃었다. 친박이 원하는 대통령 후보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는 대중적 인기가 없다. 속된 말로 '뜨지 않는다'.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점도 지역 간 연대가 필수적인 대선에서는 불리한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여권 대선 후보다. 더욱이 반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도에서 인기가 높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볼 때 충청도를 장악하는 후보가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민정당(노태우 대통령), 공화당(김종필 총재)과의 3당 합당을 통해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 자민련(김종필 총재)과의 DJP연합으로 대통령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렇다. 선거 구도상 TK를 중심으로 한 경상도와 충청도가 연합하면 무적이다. 야권에서 누가 나와도 여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

반 총장의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한 점도 친박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된다. 박 대통령과 친박이 충분히 '서포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취약성은 오히려 친박 입장에서 '생큐'라고 받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반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박 대통령과 친박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스스로 통일대통령을 꿈꾸며 이를 기반으로 노벨평화상까지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내 문제는 친박에 맡기고 외교안보·남북관계 등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친박계와 반 총장이 서로 주 활동영역을 나누면서 '권력분점과 공존·공생'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내각제로의 개헌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 자민당과 같이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계 역시 이 같은 여권의 기류와 계산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했다. 야당 지지세를 중도로까지 확장하지 않으면 총선은 물론 다가오는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이기기가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종인 대표가 친노 좌장인 이해찬 전 총리와 정청래·유인태·오영식 의원 등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지만 친노는 침묵하고 있다. '큰 승리를 위해 내 팔 하나 정도는 잘라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 역시 이 같은 친노의 계산과 바람을 잘 알고 있다. 이를 활용해 자신의 활동공간 역시 최대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는 "킹메이커 역할은 지난 대선 이후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킹(대통령)'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오는 5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그것은 그때 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전당대회에서 더민주의 대표가 된 뒤 '표의 확장성과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야권 대선 후보로도 나올 수 있다.

/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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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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