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인세는 가장 왜곡되고 생산성 낮은 세금"

영국 정부가 법인세를 또다시 3% 포인트나 인하하기로 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의회 보고에서 2020년 4월까지 법인세율을 현재의 20%에서 17%로 낮추고 탈세 차단을 통해 흑자기조를 지켜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주목할 것은 과감한 경제개혁을 주도해온 보수당 정부의 남다른 세제 철학이다. 오즈번 장관은 "법인세는 가장 왜곡되고 생산성 낮은 세금"이라고 인하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영국의 법인세율은 2010년 28%에 달했지만 지금은 주요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외국인 투자 유치에는 부족하다며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관된 감세정책을 견지하니 기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외국인 투자는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신규 일자리도 8만5,000개씩 만들어지는 나라로 변신하고 있다.

오즈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법인세는 가장 논란이 많은 세목 중 하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법인세 부담이 가중되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시장 왜곡을 빚게 마련이다. 기업 이익은 결국 주주 배당과 종업원 임금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일일이 세금을 매기는데도 법인세까지 추가로 내야 하니 이중과세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법인세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영국이 부러운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우리는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떠들더니 느닷없이 임금을 올리지 않는다며 페널티 성격의 법인세까지 물리고 있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떠 선거용 복지공약을 내놓으면서 '법인세 정상화'라는 고장 난 레코드를 반복해 틀고 있다. 법인세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잘나가는 기업의 배를 갈라 나눠 먹자는 발상이다. 시대가 변하고 경제여건이 달라지면 조세정책의 틀도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그래도 정치권과 정부는 오직 법인세에만 군침을 흘리고 있으니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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