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유대인 파워


미국 내 최대 유대인 로비단체 '미국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연례 총회는 애초 맥이 빠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對)이란 정책 등을 두고 이스라엘 정부와 껄끄러운 상태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 조 바이든 부통령·존 케리 국무장관도 나오지 않아 결국 기조연설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맡았다.

하지만 3월1일 뚜껑이 열리자 '역시 유대인'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행정부 최고 수뇌부만 빠졌을 뿐 거물 정치인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열기가 반감될 거라는 우려는 기우(杞憂)였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성황을 이룬 행사장은 뜨거웠다. 행사 사흘간 참석자만 1만6,000여명. 전년보다 2,000명이나 늘어 티켓이 사상 처음으로 매진됐다고 한다.

미국 유대인들이 막강 로비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친(親)이스라엘 정책은 흔들림이 없다. 오죽했으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속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미국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유대인 로비력의 중심에는 30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AIPAC이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오바마 현 대통령도 이 단체의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대권은 언감생심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도 AIPAC의 파워(power)는 어김없다. 특히 '대선의 해'라 입김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20일 시작된 이 단체의 포럼 때문에 공화당 후보들끼리의 TV 토론까지 취소됐다는 보도다. 행사 초청장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가 토론 불참을 선언하면서 다른 후보들도 거들어 TV토론이 무산됐다고 한다. 유독 이번 미국 대선 유력후보들은 유대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버니 샌더스는 아예 폴란드계 유대인 혈통이다. 결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는 모두 유대인 사위를 뒀다. 이래저래 미국 정치는 유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모양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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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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