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더민주 비대위원 "대표 잘 못 모셨다" 김종인 자택 심야 방문 '사의표명'

대립 보다는 화해 의미인듯...김대표-비대위원 만나 웃음소리 새어나와

김 대표 당무복귀

김종인 한 때 “2번 빼고 비례대표 명단 발표하라”며 사퇴 가능성 열어둬

더민주 비대위원들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공천잡음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표명을 했다.

그러나 이는 ‘셀프공천’ 논란으로 촉발된 김종인 대표의 분노표출에 대해 “잘못 모셨다”는 의미에서 낸 것이여서 갈등과 대립보다는 화해의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밤 김종인 대표 자택을 방문한 일부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와 대화하며 큰 웃음소리가 집 밖으로까지 새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종인 대표는 이날 하루종일 ‘셀프공천’논란에 대한 노여움을 지우지 않으면서 ‘사퇴카드’로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했다.

김 대표는 주류의 좌장인 문 전 대표의 예방을 받고도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처음으로 김 대표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창원성산 야권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가 당 대표를 계속했더라도 김종인 대표를 상위 순번으로 모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어려운 시기에 김 대표를 모셔왔고 당을 맡으신 후 우리 당이 빠르게 안정됐다”며 “김 대표가 비례대표에 들어가는 것은 노욕이 아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측근을 통해 ‘사퇴 임박’ 제스처를 언론에 흘렸다. 김 대표의 영입인사인 주진형 총선정책공약부단장도 페이스북에 “오월동주, 무신불립…”이라며 “개혁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연합 시도는 막을 내릴 것인가?”라고 썼다. 여전히 김 대표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당으로 돌아가기에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관련기사



결국 문 전 대표는 이날 급히 서울로 방향을 돌려 김 대표를 찾았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자택을 빠져나오면서 “김 대표가 마치 노욕인 것처럼 모욕당한다면 이 당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우리도 그에 걸맞은 대접과 예우를 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치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사과’를 하고 나서도 “내가 여태까지 스스로 명예를 지키려고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말을 그렇게 아주 욕보이게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자신이 확정한 비례대표 명단에 대해 반발했던 주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 대표는 자택에서 나와 오후 3시 30분께 국회 비대위를 주재하고 비례대표 논란과 관련된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선정을 위해 중앙위가 열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고 모욕적으로 느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들은 “대표를 잘 모시지 못했다”며 김 대표의 복귀를 촉구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자신의 순번인 2번을 빼고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복귀를 두고 좀 더 시간을 갖고 고민하기로 한만큼 자신의 사퇴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와 관련 우윤근 비대위원은 “김 대표를 빼고 발표하면 김 대표보고 진짜 물러나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김 대표를 넣어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애매 모호한 태도를 두고 전격 사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비례대표 논란이 잠잠해지면 김 대표가 돌아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저녁 집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들의 방문 사실을 들었음에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김 대표가 떠난 후 그의 집에 도착한 우윤근·표창원·김병관·박영선 비대위원은 김 대표가 귀가할 때까지 집을 지켜야 했다.

이후 김 대표는 비대위원들을 두 시간 가량 기다리게 만들고서야 술 냄새를 풍기며 붉어진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김 대표가 들어간 뒤 집에서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여러 차례 들려왔다. /박형윤.전경석기자 manis@sed.co.kr

박형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