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몰려오는 복합 위기 총체적 대책 서둘러라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전 세계 경제 환경이 나빠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계 은행들은 부실 대출 탓에 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다. 저유가 국면으로 인한 산유국들의 재정 악화와 중국 위안화 약세 추이는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와 함께 산업 구조개혁을 실행해 새로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실물과 금융 모든 분야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나타나면서 여러 가지 리스크가 가시화되고있다. 최근 영국의 조지 오스번 재무장관은 이를 가리켜 ‘위협적 요소의 위험한 조합(Dangerous Cocktail of Threats)’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위험요소가 한꺼번에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유럽 은행들이다. 양적완화를 통해 자금이 공급되면서 금융기관의 위험도는 상당 부분 하락했다. 문제는 이렇게 위험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대출이 집행되었는데, 이 대출 중 상당 부분이 부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계 은행들의 부실대출 규모가 약 1조 유로에 달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유럽계 은행들의 건전성이 다시 문제가 되면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이은 제2의 위기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실물 부문의 부실화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큰 문제가 된다. 금융기관 부실은 경제 전반에 부실을 일으키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몇몇 기업이 부실화되어 대출을 못 갚는 상황이 나타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은행은 미리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으로 부실을 커버하고, 충당금마저 모자랄 경우 자기 자본으로 이를 메우게 된다.

은행이 별일 없이 이를 감당할 수 있으면 몇몇 기업에 대한 대출의 부실화는 더 이상 경제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의 부실 규모가 커져서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금융기관은 자금부족으로 인해 멀쩡한 대출까지도 회수하게 된다. 이 경우 대출회수를 요구받은 기업 중 일부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소위 흑자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일부 기업의 부실이 금융기관까지 위험에 빠트리면서 부실의 여파가 전체 경제로 확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최근 도이치뱅크같은 대형은행도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있다. 이렇게 되면 그런 대로 회복되고 있던 실물경제가 다시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저유가 국면도 심각하다. 고유가 상황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석유판매 대금이 산유국으로 유입되고 이 돈이 다시 다양한 제품의 수입에 쓰이고 산유국의 건설 프로젝트 자금에도 쓰인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경제에 돈이 잘 돌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장점을 가진다. 문제는 저유가 국면이다. 그런데 초저유가 상황이 도래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교역량은 감소하고 인프라 프로젝트 발주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산유국의 신용도도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실물경제에 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경제는 이제 축소균형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또한 최근 중국 경제에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주식 버블을 방치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 주가 상승은 많은 투자자에게 이익을 안겨주고 소비 촉진 효과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상승은 결국 버블을 야기한다.

그리고 거품이 터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당분간 이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데, 중국은 수시로 시장에 개입해 실탄은 동나고 주가는 하락하고 당국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상황에서 미국 헤지펀드 연합군이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 조지소로스가 주동이 되어 위안화를 공격하면서 위안화 약세에 베팅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지만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놀란 많은 자본들이 중국을 탈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들이 파는 위안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팔면서 방어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월 중순 3조 2,000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가장 중요한 방어벽이 바로 외환보유고인데, 2015년 6월 4조 달러 근처까지 올라갔던 외환보유고가 이제 3조 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3조 달러가 무너질 경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외환보유고가 2조 8,000억 달러 정도가 되면 위안화 환율이 급격히 절하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달러당 7위안대 중반까지도 갈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되면 전 세계가 힘들어진다. 실물경제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실물경제 위기와 금융위기가 겹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고, 중국과 경쟁하는 품목의 수출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주력업종의 부진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진행돼 그 부담이 경제 전체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어려운 국면에서도 중국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우리 시장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를 본격적으로 따라잡을 경우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저가 품목과 중국의 고기술 품목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역 샌드위치 국면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때 최악의 국면이 우리를 덮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면 우산을 써도 젖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우산을 안 쓸 수는 없다. 단기적인 부양책으로서 완화적 재정정책을 최대한 도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도 필요하다.

전 세계가 금리인하와 화폐발행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통화정책도 상당 부분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수의 선제적 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기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통화정책의 자율성 확보가 용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분간 통화정책의 핵심을 내수 부양과 원화 환율에 맞추면서 미시적인 접근을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론 먹거리 창출과 구조개혁을 통해 경쟁력과 맷집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이고 거시적인 접근과 함께 장기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을 병행하면서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산을 펴서 비를 피하고 동시에 비에 잘 견디도록 집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폭풍우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정책 시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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