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중FTA 100일 됐지만 관세혜택 못받는 현대차

한·중 세관당국 'HS코드' 달라

車부품 34% 관세인하 적용 안돼

"정부가 할 일 기업에 떠넘긴 셈"



중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자동차 부품 상당수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해 현대자동차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효 100일을 맞이한 한·중 FTA가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공전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3면

서울경제신문이 27일 입수한 현대차의 ‘한·중 FTA 활용 실태 분석’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이 수입하는 국산 부품 중 34%는 한·중 세관 당국의 HS코드가 서로 달라 관세 인하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대기업의 한·중 FTA 활용 실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인 현대차의 부품 협력사에서도 FTA 활용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원산지 증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았고, 한·중 FTA와 아태무역협정(APTA)이 부품별로 적용하는 관세가 서로 다른데도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손해를 입고 있었다.


현대차는 우선 HS코드 불일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봤다.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 3곳이 수입하는 국산 부품 5,553개 품목(2015년 12월 말 기준) 중 34%인 1,898개 품목의 HS코드가 일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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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코드는 세관 당국이 수출입 품목에 부여하는 일종의 ‘이름표’다. 각국 정부는 이 이름표를 바탕으로 수출입 품목에 관세를 물린다. 세관을 통해 드나드는 물품이 수십만 개에 이르다 보니 세관별로 통일할 수 있는 인식 코드를 매겨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물품이라도 HS코드가 다르면 관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같은 규격,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볼트라고 해도 한·중 양국의 HS코드가 불일치하면 할인 관세 대신 기존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 중국에 있는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수입하는 국산 부품 세 개 중 하나는 관세 인하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올해 중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던 현대차에는 비상이 걸렸다. 관세 인하를 활용한 중국 시장 공략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현대차 구매관리본부는 이에 따라 지난 24일 1·2차 부품 협력사의 실무자 200여명을 서울 양재동 본사로 긴급 소집해 FTA 효과 극대화 방안을 집중 교육했다.

현대차 부품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에는 시스템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며 “정부가 체계적으로 추진해서 지원해야 할 일을 기업들에 떠넘기는 셈 아니냐”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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