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복잡해진 현대증권 매각 방정식...3대포인트는

1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현대엘리 제시 기준가보다 응찰가 낮으면 표류 가능성

2 경매호가식 입찰하나

본입찰 후보 다시 가격경쟁...합의 안되면 법적분쟁 소지

3 액티스 자금동원력은

실탄 경쟁선 밀리지 않지만 외국계PEF 반감 부담



초대형 증권사 탄생을 예고하는 현대증권 인수전 방정식이 잇따른 변수에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25일 본입찰은 KB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파전으로 흥행엔 일단 성공했지만 이번 주초로 예정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과 현대그룹 측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 새 주인이 가려지기 전까지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인수전이 KB금융·한국금융·홍콩계 PEF 액티스의 3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최후 승자를 결정하는 데 최고 가격 외에도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매각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어 매각자와 인수자는 물론 금융당국과 채권단 등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기업인수합병(M&A)때와 달리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다 보니 이번 인수전을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 빗대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입찰 하루 전인 24일 현대그룹과 산업은행·EY한영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준 가격을 써낸 서류를 밀봉한 후 한 은행의 비밀 금고에 넣었다. KB금융·한국금융·액티스가 제시한 인수 가격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를 뛰어넘으면 우선매수권은 사라진다. 업계에서는 현대 측이 지난해 오릭스PE가 제시했던 6,500억원 이상을 써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응찰 후보자들의 가격이 모두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시한 가격을 밑돌 때다. 이렇게 되면 현대증권은 재입찰을 하거나 장기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상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해운업 불황에 따른 누적 적자로 자본금이 잠식돼 정부나 채권단의 도움 없이는 법정 관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의중이 중요하다”며 “현대그룹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실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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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매각 방식이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로 바뀔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본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매도자에게 유리하다.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이 현대그룹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 의지가 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매각 공고 이후에 입찰 방식이 변경되는 것이어서 한국금융 등 다른 후보자들이 반발하면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은 입찰 방식 변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입찰 가격이 현대 제시가격보다 낮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홍콩계 PEF인 액티스의 자금동원력도 관전 포인트다. 이번 딜을 진두지휘하는 김문수 액티스 아시아본부장은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씨티그룹 등 해외 IB는 물론 산은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어 국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지난해 기준 사내 유보금이 25조원에 달하는 KB금융과 이번 인수전을 위해 신한은행으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인수 금융을 마련한 한국금융과도 실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계 오릭스PE가 파킹딜 의혹 등으로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해 외국계 PEF에 대한 국내 정서가 좋지 않은데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서민우·임세원·송종호기자 ingaghi@sed.co.kr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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