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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착한 사람들의 사랑 <물망초>

[조휴정PD의 Cinessay] 착한 사람들의 사랑 <물망초>






요즘은 착함=무능함 비슷하게 인식되고 있지만, ‘착한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나 권력으로 사람을 잠깐은 휘어잡을 수 있겠지만, 착한 사람 곁에는 오래오래 진실한 사람들이 남아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큰 능력이 무엇이 있을까요. 특히, 사랑은 착한 사람과 해야합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트폭력까지 가지 않더라도 위기가 닥치거나 헤어질 때 보면, 인간의 밑바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게 사랑이니까요. 그리고 착한 마음과 능력은 별로 상관도 없습니다. 능력있고 똑똑해도 착한 사람이 있고 그 반대라도 착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물망초>(1958년 이탈리아, 독일 합작 영화)의 알도도 기억에 오래 남는 착한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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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유명 성악가 알도(페루치오 탈리아비니)의 어린 아들 디니는 비행기 안에서 친절하고 예쁜 독일아줌마, 엘리자베스(자비네 베스만)를 만납니다. 순수의 시대라 그랬을까요? 요즘 같으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을 이 꼬마가 오히려 사랑의 메신저가 됩니다. 엘리자베스를 본 알도는 첫눈에 반하지만 뚱뚱한 홀애비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선뜻 다가서지 못합니다. 이 부분도 알도가 참 착해서 그런 마음이 드는거겠죠. 착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이 없어지고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엘리자베스도 착한 여자입니다. 그런 알도의 마음을 귀하게 여길줄 아는 엘리자베스는 이 외로운 두 남자에게 따뜻한 보호자가 되어줍니다. 사랑반 연민반으로 시작한 사랑이지만, 더없이 행복한 가정이 꾸려집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여주인공의 패션이나 사는 모습이 어찌나 고급스러운지 지금도 장면장면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는 연주여행을 함께 다니며 행복하게 살던 어느날 엘리자베스의 옛애인 루디가 나타나면서 위기가 닥칩니다. 루디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음을 깨달은 엘리자베스는 고민 끝에 알도를 떠나기로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현미경처럼 예민하게 볼 수 있는법이라, 알도는 이 모든 것을 느끼고 알게 됩니다. 하지만, 알도의 반응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마음이야 찢어질 듯 아프지만, 엘리자베스를 믿기에 그녀의 고민과 판단마저도 존중해주는 겁니다. 엘리자베스가 떠나는 날, 언제나처럼 공연중인 알도. “날 잊지 말아요”를 애절하게 부르는 알도를 뒤로하고 엘리자베스는 떠납니다. 멀어져가는 아내를 붙잡지 못하는 이 착한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공연을 마칩니다. 객석도, 영화를 보는 관객도 같이 울만큼 알도의 아픔은 진실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알도에게 아들은 엄마를 찾습니다. 알도는 아들을 달래며 자장가를 불러주는데, 디니가 소리칩니다, 엄마!!! 엘리자베스가 돌아온겁니다.

사랑은 <종합선물세트> 비슷합니다. 열정, 배려, 의리, 질투, 소유, 동정, 연민 등등 여러 감정이 모여 사랑이라는 종합선물세트가 완성됩니다. 이 커다란 박스 안에는 내가 받고 싶지 않고 원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착한 사람을 만나면 이런 불편함과 위기를 부드럽게 넘길수 있습니다. 착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상처를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니까요. 착하지 않은 남자였다면 이 영화는 삼류 삼각관계 ‘사랑과 전쟁’이 되었겠지만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살았을겁니다. 알도도 엘리자베스도 정말 착하고 진실하고 속이 깊으니까요….]

KBS1라디오 <생방송 오늘 이상호입니다>연출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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