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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마이너스 금리정책의 성공조건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실장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실장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덴마크·스위스·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며 22일에는 헝가리 중앙은행이 예치금에 -0.05% 금리를 적용하면서 신흥국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동참했다. 현재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겨놓은 예치금의 전부 또는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다. 더 이상 여유자금을 중앙은행에 맡기지 말고 신용창출 등 시중은행 본연의 역할을 하라는 압박이다.


그동안 선진국 중앙은행의 주된 통화정책 도구는 자산매입정책(QE)이었다.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양적완화는 2012년 말 일본, 2015년 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 확대됐다. 양적완화는 금융시장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장기금리를 낮추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흥국은 낮아진 조달금리를 활용해 부채를 늘렸고 유동성 효과는 채권과 선진국 주식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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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적완화의 한계도 분명했다. 자산가격은 높아졌지만 양적완화로 공급된 유동성은 실물경제로의 선순환을 만들지 못했다. 미국도 2009년 이후 4조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실시했지만 현금을 확보한 은행은 대출에 나서기보다 안전한 중앙은행에 막대한 현금(3조5,000억달러)을 쌓아뒀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이러한 양적완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산매입정책이 금융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목표는 은행의 신용창출 기능 회복이다.

중앙은행 의도와 달리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대한 신뢰는 아직 약하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성공 열쇠를 쥔 은행의 태도가 아직 모호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고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설 때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부과, 예대마진 하락 등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은행이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사례처럼 은행 수익성을 고려해 마이너스 금리 부과 범위를 제한할 경우 중앙은행이 의도한 신용채널 회복은 요원해진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은행 수익성 악화를 방어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지난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놓은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II)이 묘안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시중은행이 ECB에서 받아가는 대출의 금리를 마이너스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실물 대출에 적극적인 은행에 마이너스 대출금리라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도다. ECB의 새로운 시도는 은행의 자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6월 실시될 첫 번째 장기대출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은행이 참여하느냐가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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