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카드 소액결제 무서명 거래 해법이 안보인다

카드사-밴사-밴 대리점 오늘 재논의 예정이지만

밴 대리점 수익보전 놓고 절충점 찾기 어려울 듯

당국 "개입할 수 없다"...상반기 시행도 불투명

금융 당국과 카드 업계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카드 소액결제 무서명거래(No CVM)가 이해 당사자 간 대립으로 당초 예상했던 도입 시점인 다음달은커녕 상반기 시행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카드 업계와 밴(VAN), 밴 대리점 관계자들이 31일 간담회를 열어 이에 대해 재논의할 예정이지만 서로 입장 차가 워낙 커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드 업계와 밴, 밴 대리점 관계자들은 31일 오후 서울 여신금융협회에 모여 2차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들은 지난 21일 열린 1차 간담회에서 5만원 미만 카드결제 무서명거래 시행에 대해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했지만 상호 이해관계가 대립된다는 점만 확인한 채 논의를 종료했다. 이번 2차 간담회에서 절충안을 마련해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카드사, 밴사, 밴 대리점이 모두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이번 간담회에서도 합의안 도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결제 무서명거래는 5만원 미만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할 때 본인 확인 과정인 서명을 생략하도록 한 방식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 거래처럼 편의성이 커진다. 또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그동안 카드사는 결제가 이뤄지면 단말기를 설치·관리하는 밴 대리점으로부터 전표를 매입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했는데 무서명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신 무서명거래에 따른 카드 부정 사용이 발생할 경우 카드사가 해당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이다. 카드사는 현재 일부 가맹점과 별도 계약을 통해 무서명거래를 시행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이 바뀌면서 카드사의 통지만으로 가맹점과 무서명거래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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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서명거래를 시행해 카드사가 5만원 미만 거래에 대해 전표 매입을 중단하게 되면 밴 대리점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현재 카드결제 시장 인프라 업무는 밴사가 결제망을 구축하고 밴 대리점이 가맹점에 단말기를 설치·관리하는 형태로 이원화돼 있다. 밴 대리점의 주수입원은 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와 카드사로부터 받는 전표매입 수수료인데 5만원 미만 승인액에 대한 전표매입 수수료를 중단하면 현재보다 50% 이상의 수입이 줄어 대리점 영업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밴 대리점 측 주장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2년 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5만7,969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만6,533원으로 카드 결제의 소액화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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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와 밴사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는 있으나 부담 주체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다. 카드사는 밴사 측에서 밴 대리점의 수익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밴사가 신용카드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줄 수 없게 된 만큼 지급 여력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올 초 금융감독규정이 바뀌면서 연매출 3억원이 넘는 가맹점에 대해 밴사는 리베이트를 줄 수 없다. 한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밴사가 카드사로부터 받은 수수료 가운데 70% 이상을 편의점 체인 등에 리베이트로 쓰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부터 리베이트가 금지됐으니 밴사가 리베이트로 쓰던 금액을 밴 대리점에 주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밴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신용카드사가 밴사와의 계약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밴사의 수익이 15% 이상 감소하게 됐다”며 “전표매입 수수료는 애초 카드사가 밴 대리점에 주던 금액인 만큼 카드사가 부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은 3자 모두 한발 물러선 절충안을 만들어 재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업체 간 이해관계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점은 쉽게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자 간 원활한 합의가 최우선이라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국이 나서서 직접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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