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꽃이 안팔린다

팍팍한 가계 살림살이에

취업난 청년층 결혼 미뤄

화훼소비 해마다 감소세

3115A01 장미3115A01 장미




3115A01 줄어드는 화훼 거래량23115A01 줄어드는 화훼 거래량2


‘축하할 일’이 갈수록 줄어드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화훼 소비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축하나 사랑 고백의 징표로 주고받는 장미는 소득탄력성(소득변화에 따른 수요변화)이 쌀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경기에 민감하다. 올 들어 경기 부진으로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데다 청년실업률이 12% 수준으로 치솟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화훼 산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서울 양재 aT 화훼공판장에서 올 들어 이날까지 거래된 장미와 국화·카네이션 등 3대 절화(꺾은꽃)류의 양은 129만5,759속(1속=10송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9,726속(3.69%) 감소했다. 1~3월은 연말과 연초 기업들의 인사로 축하할 일이 많은데다 밸런타인데이와 졸업·입학 등이 몰려 있어 5월과 함께 화훼의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격감하는 수요로 화훼농가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화훼 소비는 최근 수년간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전체 화훼 소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3대 절화류의 거래량은 718만6,148속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의 911만7,069속에 비하면 5년 사이 거래량이 21%나 감소했다.


이처럼 갈수록 위축되는 꽃 소비는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를 반영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장미의 소득탄력성은 2.91로 쌀(0.23)의 10배에 달한다. 가계소득이 줄어들면 꽃을 덜 산다는 얘기다. 우리 국민 1인당 화훼소비액은 2005년 2만870원에서 2010년 1만6,098원, 2014년 1만3,867원으로 줄었다. aT 관계자는 “실용적인 소비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사치재로 인식되는 꽃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한국은행)은 2011년 131.3%에서 지난해 144.2%까지 높아졌다. 실제 쓸 수 있는 돈(100%)을 다 모아도 빚이 44%나 될 만큼 가계의 소비여력이 위축된 것이다.

관련기사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졸업-취업-결혼-출산’의 연결고리가 끊기며 축하받을 일이 줄어드는 것도 꽃을 덜 소비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청년실업률은 2011년 7%대에서 2015년 9%대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인 건수도 한해 32만6,100건에서 30만2,900건까지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 한해 47만1,300명 수준이었던 출생아 수도 지난해에는 한해 43만8,000명으로 6.9%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꽃을 선물할 일이 줄면서 국내 전체 화훼 생산액도 2011년 8,210억원에서 7,410억원(2014년)으로 줄어들었다. 허성윤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취업난과 낮은 혼인율에 출산마저 줄어들며 축하 용도의 꽃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농업인 화훼산업의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장미 10a당 소득액은 3만4,600원으로 쌀(1,058원)보다 32배 높으며 국화(1만4,600원)는 14배 가까이 부가가치가 크다. 하지만 수요감소로 국내 화훼 재배면적이 2005년(7,509㏊) 이후 꾸준히 줄어 2014년 기준 6,316㏊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농업생산에서 화훼가 차지하는 비중도 2.88%에서 1.65%까지 위축된 상황이다.

화훼 수출도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화훼 수출액은 2,846만달러로 전년보다 30%, 올해(1~2월)도 44%나 줄었다. 이는 전체 화훼 수출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36.1%, 47.2% 감소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년째 이어온 엔화약세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진 사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 꽃이 밀려들며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중국과 콜롬비아산 꽃 수입이 늘며 전체 화훼 수입액은 지난해 6% 증가했다. 허 연구원은 “꽃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